[르포]"이게 되네?" 대구의 반전…주말 마트 열어도, 서문시장 '바글바글'

대구=임찬영 기자 2023. 8. 1. 1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마트 의무휴업 10년, 잃어버린 것들② - 의무휴업 평일 전환 반대했던 대구 서문시장 가보니
[편집자주] [편집자주]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규제는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로 2012년 시작됐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재래시장은 계속 쪼그라들고 문을 닫는 마트가 속출하면서 지역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지난 2월 대구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마트, 소상공인, 지역경제 모두 플러스였다. 대구의 사례는 규제가 아닌 상생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지난 27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손님들이 하나둘 가득 차고 있는 모습. 평일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방문한 것을 알 수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대구 지역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뀐 지 5개월이 지났다. 도입 당시만 해도 반발이 컸던 변화였지만 이제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오히려 대형마트와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제도였다고 말하고 있다. 의무휴업일이 바뀌더라도 실질적인 피해나 혜택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11시쯤 방문한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는 점심시간을 앞두고 골목골목 수천 개에 달하는 점포들이 하나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문시장 오픈 시간은 9시지만 점심시간 직전에 문을 여는 점포들이 많아 보였다.

점포들이 문을 열면서 골목 곳곳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불과 30분 만에 시장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건물 안에서 의류를 구매하는 이들부터 길거리에서 건어물, 국수, 호떡, 식혜 등 먹거리를 찾는 시민까지 다양했다.

지난 2월 의무휴업이 평일로 전환될 때 대구 내에서 반대 여론이 많았던 곳 중 하나가 서문시장이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 보였다. 실제 서문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이 재래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말한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사진= 임찬영 기자


시장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우미경씨(61)는 "매출에 별로 지장이 없었고 지장이 있더라도 잘한 정책이라고 본다"며 "대형마트랑 상생해서 경제를 활성화해야지 소비를 억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배이준씨(55)도 "대형마트랑 재래시장이 서로 상생하기 위해서 쉬기로 했던 건데 그걸 바꾼 거니까 처음에는 시장 내 반발이 컸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손님이 조금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다 적응해서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시장을 방문한 시민들의 의견도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중장년층이었지만 2030 세대로 보이는 젊은 층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접근성이 좋은 데다가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들렀다는 김유빈씨(28)는 "대형마트에 가는 사람들은 어차피 (휴일을 피해서) 마트에 갈 거고 재래시장에 가는 사람들은 마트에 안 가고 여기를 올 것"이라며 "가끔 서문시장을 방문하는데 재래시장이 물건이 좀 더 저렴한 것 같아서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에서 운영 중인 한 대형마트의 모습/사진= 임찬영 기자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한 이후 대형마트에 엄청난 매출 상승효과가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이날 방문한 대구 한 대형마트는 서문시장보단 한적한 모습이었다. 곳곳에 손님들이 물건을 집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붐빈다는 느낌은 없었다. 해당 마트 한 관계자는 "금, 토요일로 몰렸던 수요가 일요일로 분산되면서 매출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의무휴업일이 바뀌었더라도 재래시장에 가던 손님이 대형마트로 오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평소 재래시장에 자주 간다는 정순희씨(65)도 "대형마트에서 살 게 있고 재래시장에서 살 게 따로 있다"며 "보통 재래시장에 자주 가지만 오늘은 마트에서 장을 좀 봐야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황선탁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은 "대구시에서 주차장 개선 문제, 구국운동기념관 건립 등 개선책을 마련하면서 시장 내에서도 반발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아직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좀 더 지켜봐야 할 단계지만 서로 배려해주면서 상생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