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최근 3년 수능·6월 모의평가 킬러문항 22개”...사실일까?[팩트체크]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8. 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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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 6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올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문항 가운데 총 22개의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 문항’을 가려냈다. 교육부 주장대로 이들 문항이 킬러 문항이 맞는지 따져본다.

킬러 문항이란?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 때 ‘수능 킬러 문항 사례’를 발표하며 정의를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킬러문항 점검팀을 만들어 교육부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팀이 2021~2023학년도 수능과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국어·수학·영어 과목의 총 480 문항을 점검했다. 현장 교원 의견 등을 토대로 후보문항을 선별해 1~2차 검토를 마친 뒤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에 보고해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 등 총 22개의 킬러 문항을 선별했다.

교육부는 영역별로 선정 기준을 나눠 이를 분석했다. 영역별로 보면 국어는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과 전문용어를 사용해 배경지식을 가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풀 수 있는 문항, 문제풀이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내용 파악을 어렵게 하는 문항, 선택지의 의미와 구조가 복잡해서 의도적으로 학생들의 실수를 유발시키는 문항 등이다. 수학은 여러 개의 수학적 개념을 결합하여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 또는 고차원적인 해결방식을 요구하는 문항, 대학과정 등을 선행학습한 학생은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방법 외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학생 사이의 유불리를 발생시키는 문항 등이 포함됐다. 영어는 전문적인 내용 또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어서 영어를 해석하고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과도하게 길고 복잡한 문장을 사용하여 해석이 어렵고, 선택지에서 길고 복잡한 구문과 어려운 어휘 등을 사용하여 지문을 이해하고도 문제를 풀기 어려운 문항 등이다.

킬러문항 정의 모호해 규정 짓기 어려워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 문항 중에서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있는 것으로 포함됐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6월 교육부 킬러문항 발표와 관련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교육부 킬러문항 발표 자료를 분석했다. 사걱세는 2018년부터 수능과 모의평가에 교육과정을 벗어난 킬러문항을 발표해왔다.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수학 22번<자료=교육부>
사걱세는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문항 정의 자체가 정확한 기준을 확인할 수 없는 상당히 애매모호한 문구라고 지적했다. 수학 영역을 보면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수학 ‘공통 영역’의 22번 문항의 경우 교육부는 3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돼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하고 상당히 고차원적인 접근방식을 요구하며, 일반적인 공교육 학습만으로 이러한 풀이 방법을 생각해내기에는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선영 경기과학고등학교 교사는 이 문제의 논리적인 연결성이 강하기 때문에 킬러 문항까지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능 시행계획의 ‘개념과 원리 등은 출제 범위에 속하는 내용과 통합해 출제할 수 있다’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2023학년도 수능 수학 확률과통계 30번<자료=교육부>
지난해 수능 수학 ‘확률과 통계’ 30번 문항도 문제해결 과정에서 경우를 나누는 상황이 과도해 풀이에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고, 실수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사걱세는 “경우의 수 문제에서 이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수학 공통 21번 문항이 킬러 문항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이 문항을 킬러 문항으로 선정한 이유로 ‘정답률을 낮추기 위해’라고 밝혔는데 이 교사는 이 문구는 킬러 문항의 정의가 앞서 얘기한 것과 달리 낮은 정답률도 킬러 문항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자료에서) ‘불필요하게 명제 개념을 도입했다’라고 주장하는데 보기의 ‘ㄱ’을 통해 특정한 경우를 통해 귀납적으로 상황을 분석해 볼 기회를 주고, ‘ㄴ’을 통해 t값에 따라 두 함수의 그래프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ㄷ’를 만족하는 t 범위를 밝혀내는 데 의미가 있어 충분히 가치 있게 평가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교육부 주장대로 다음 문제는 킬러 문항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2023학년도 수능 미적분 30번 문제의 경우는 교육부가 지적한대로 문제 해결 과정이 복잡해 교육과정의 평가 방법과 유의사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여러가지 미분법과 도함수의 활용에서 지나치게 복잡한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를 벗어난 것으로 판정할 수 있다. 2022학년도 수능 미적분 29번의 경우도 삼각함수, 사인법칙과 함수의 극한이 결한된 형태의 문항으로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다소 복잡한 형태의 함수를 다루고 있고, 대학에서 배우는 개념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킬러문항이라고 인정했다.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국어 14번<자료=교육부>
국어와 영어 영역은 킬러 문항 산정 기준이 높은 오답률이 아닌데 단순히 고난도 문제가 선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선 국어 영역에선 14번과 33번이 선정됐는데 ‘EBSi’ 기준 각각 오답률이 63.6%, 63.2%이다. 영어 영역도 33번과 34번이 뽑혔는데 오답률이 78%, 73.5%였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국어 14번이 낯선 현대 철학 분야의 전문 용어를 다수 사용하고, 문제의 선택지로 제시된 문장이 추상적이어서 킬러 문항으로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서 교육과정에서는 다양한 소재와 목적의 글을 읽도록 하는 것을 고려하면 교육과정 밖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영어 33번<자료=교육부>
킬러 문항 선정 이유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어 33번의 경우 빈칸을 포함한 문장 구성도 다소 복잡해 체감 난도가 높다고 설명했지만, 근거가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 34번은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어려운 문장구조라고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어려운 문장구조에 대한 설명이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나 영어의 경우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검인정교과서다 보니 교과서 내에서 비문학 등이 문제출제영역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어 교육과정에 속하는지 여부를 특정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학원강사들은 보고 있다”며 “논란이 되는 국어 영역에 있는 과학 지문 등의 경우 EBS에 연계된 문제가 나오는 상황이라 일반인들과 이를 공부했던 학생들의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어 이런 킬러 문항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킬러문항 발표 분석자료<자료=종로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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