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 중 경제 부양에 커지는 ‘버블 공포’

정미하 기자 2023. 8. 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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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2월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러시아 정부가 경제 부양을 위해 보조금을 쏟아부은 결과라 ‘거품 경제’에 불과하며, 조만간 러시아의 재정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 시각) “러시아 경제는 서방 국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출에 힘입은 소비 붐으로 버텨왔다”며 “국가 주도의 지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버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7월 18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 / AFP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러시아인들은 더 많은 연금, 급여를 받기 시작했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조금과 같은 혜택을 제공받았다.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국영 공장과 민간 기업은 노동력을 놓고 경쟁을 벌일 정도다. 산업 도시 스베르들로프스크에 위치한 한 탱크 공장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수백 명의 교도소 수감자를 고용했다.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며, 실질 임금은 올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 공장 일부는 군수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24시간 3교대로 일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내 섬유 공장은 군복 주문 폭주로 노동자와 자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업의 활발한 활동을 증명하듯 러시아 기업 대출은 올해 6월까지 전년 보다 19% 증가했다. 여기다 러시아 상위 20개 은행의 모기지 총액은 올해 상반기 63%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신규 모기지 2건 중 1건은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

특히 러시아가 공공 지출을 늘리면서 우크라이나와 국경이 접해있는 크림반도 인근 군사 요새 지역이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었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높은 임금을 받는 수만 명의 군인이 자리 잡으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은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몇 배에 달하는 월급을 받는다. 사망한 군인의 가족에겐 연간 수입을 능가하는 보상금이 제공된다.

서방이 제재에 나서고, 러시아인의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러시아 정부가 국민에게 푼 돈은 러시아 내로 재투입되고 있다. 러시아의 서비스업 매출은 올해 1~4월에 전년보다 12%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러시아 경제가 최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상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 경제계의 분석이다. 영국 ‘컨센서스 이코노믹스’가 19개 투자은행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서방 경제계에선 러시아 경제가 올해 0.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달, 그 수치는 0.7% 하락으로 수치가 줄어들었다. 일부 서방 관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장기간 불황에 빠지고 푸틴 정부가 대중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지출 확대는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입 감소와 맞물려 러시아 예산을 적자로 몰아넣고 있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가이다르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더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이 기간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로 거둔 수익은 1년 전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피하고자 석유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고,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줄였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학자와 러시아 중앙은행장은 러시아의 금융 안정성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막대한 재정지출로 인한 수요 급증,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인상 당시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베를린 소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연구원이자 전 러시아 중앙은행 고문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NYT에 “경제학자로서 이 거품이 어떻게 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언젠가는 이것이 카드로 만든 집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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