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소액주주, 국민연금에 SOS... '큰손'의 선택은?
다중대표소송 카드 활용 가능성 낮아.. 투자목적도 변경
SK이노, 강화된 '주주보호 노력' 소급 적용 가능성 높아
자회사(SK온) 중복상장 반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이 국민연금에 'SOS'를 요청했다. 2대주주로서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동참해달라는 것이다. 다만, 이미 법인이 분리된 상황에서 자회사 상장에 대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SK이노베이션 투자목적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낮춰 주주행동과 거리를 두는 모습도 나타난다.
국민연금에 SOS 친 소액주주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연대는 최근 국민연금에 주주행동 협조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번이 벌써 4차 내용증명이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의 2대주주로 6월 1일 기준 지분 8.8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34.91%를 가진 SK㈜에 이은 2대주주다.
소액주주연대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로 떨어저 나온 자회사 SK온의 중복상장에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경영진의 실질적인 ESG 경영과 자회사 SK온 상장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집회 후 IR 관계자 미팅을 통해 대표에 전달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반응이 없을 경우 또 다른 단체의 도움을 받아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연대가 다시 목소리를 낸 건 최근 유상증자 결정에 따른 주가 급락 때문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기존주주 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통해 유상증자를 실시해 1조1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희석시킨다. 증자 발표 다음날 주가는 6% 급락했다. 다만 2차전지 테마 랠리 영향으로 주가는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대주주 국민연금, 힘 보탤까
소액주주연대가 국민연금에 주주행동을 함께 해달라며 손을 내민 것은 연금 역시 그동안 SK온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9월 SK이노베이션 임시주주총회에서 SK온 분할 계획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분할계획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배터리사업 등 핵심사업 부문의 비상장화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최대주주인 SK 지주회사 등의 찬성으로 80.2%에 달하는 높은 지지를 받아 통과됐지만, 당시 국민연금의 스탠스를 뚜렷하게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가 별도 법인이 된 상황에서 모회사 주주로서 주주권행사가 제한적인 탓이다.
국민연금 외부위원회 관계자는 "상법상 소수주주의 권한은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모회사 주주들은 새로 분할 설립된 자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아 주주권이 존재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이 물적분할 단계부터 반대표를 던진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간접적으로 자회사에 압박을 넣을 수 있는 수단으로 다중대표소송이 언급된다. 다중대표소송이란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들이 경영을 게을리하거나 불법 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모회사 주주가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로 2020년부터 도입됐다.
다만 국민연금이 한번도 해당 제도를 발동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대표소송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권한을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이전하는 안건이 검토됐지만, 경영계 반대 등으로 이견이 벌어지며 논의는 현재 잠잠해진 상태다.
더욱이 지난 6월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주식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기관의 보유목적은 일반투자, 단순투자, 경영참여 세 가지로 구분한다.
단순투자는 의결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 명부열람, 재무적 청구 등을 할 수 있으며, 일반투자는 그 범위를 넓혀 경영참여를 제외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수탁자책임위가 해당 기업을 비공개대화 대상기업, 비공개중점관리기업, 공개중점관리기업 지위에서 해제한다고 결정할 경우 이처럼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하향 조정한다.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 주식을 단순투자 목적으로 계속 가져간다면 의결권행사 이상의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펼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SK이노, 주주환원책 선택 아닌 '필수'
국민연금의 주주행동 여부를 떠나 SK이노베이션은 SK온 상장을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주주환원책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도입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투자자 보호장치 중 일부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 상장시에도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후 5년 내 자회사(SK온)를 상장하려는 경우 모회사(SK이노베이션)가 일반주주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한국거래소가 심사하고,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상장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 중이다. 특히 제도 도입 이전에 물적분할을 결정한 회사라도 분할 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소급 적용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0월 SK온을 물적분할했기 때문에 2026년까지 상장시 이 제도를 적용받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올해 정기주총에서 "SK온의 IPO는 시장 상황 등 전반적인 부분을 고려해 2025~2027년 사이 최적의 시점을 잡아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SK이노베이션이 지금까지 언급한 주주환원방식은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사들여 이를 소각하고, 기존주주에게는 현금보상 대신 SK온 신주를 나눠주는 주식교환 방식이다. 주식교환 규모는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으로 언급했다. 이에 소액주주연대는 불가피하게 SK온 상장을 진행할 경우 주식교환 규모를 시총의 20%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와관련 "상장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주식교환 비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며 "다만 주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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