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유시민·천정배…” 19년 전 사례까지 꺼낸 與, 노인 비하 맹공[이런정치]

2023. 8. 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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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여명 비례투표제’ 발언에 “현대판 고려장”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논란부터 줄소환
선거 때마다 반복…與도 과거 논란에 고개숙여
“김은경 사퇴·혁신위 해제” 이재명 우회 압박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정동영은 ‘60대, 70대는 투표를 안해도 된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망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또 유시민은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 ‘60대는 일을 하면 안 된다’, ‘자기가 다운되면 알아서 내려 가는데 자기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고 망언을 쏟아냈습니다. 천정배는…”

국민의힘이 1일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노인 비하성’ 발언을 줄소환했다. 최근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여명(餘命·남은 수명) 비례대표제’ 발언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멀게는 19년 전부터, 가깝게는 지난해까지 민주당에서 나온 실언을 하나하나 자세히 소개하며 “갈등적 세계관(윤재옥 원내대표)”, “현대판 고려장(이철규 사무총장)”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은경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 표결하냐”

김은경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 행사에서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자녀의 어린시절 발언을 소개하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1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해 논란이 됐다. 혁신위는 입장문을 통해 “김 위원장은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며 “김 위원장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한 발언을 왜곡해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구태적인 프레임”이라고 해명했지만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위원장뿐 아니라, 과거 민주당에서 나온 노인 비하성 발언들을 모아 이를 ‘민주당 DNA’라고 저격하고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르신·노인 세대에 대한 민주당의 적대적 인식과 폄하 발언은 실로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정책위 의장도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DNA’가 또 다시 고개를 든다”고 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민주당 현역인 설훈·윤호중·황운하 의원과 진보성향으로 민주당 총선 후보로 나선 바 있는 방송인 김용민씨의 과거 실언도 거론했다.

19년 전 발언도 소환…반복되는 노인 비하 논란
정동영 전 의원 [헤럴드경제DB]

이 사무총장이 언급한 과거 발언들 중 일부는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열린우리당에서 쏟아져 나왔다. 2004년 3월 정동영 당시 의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며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라고 말해 노인층의 격한 반발을 샀다. 젊은층 투표 독려 차원이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한노인회의 정계 은퇴 요구 시위가 이어지면서 결국 17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해야 했다.

그해 유시민 당시 의원은 중앙대 특강에서 "비록 30·40대에 훌륭한 인격체였을지라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며 “제 개인적 원칙은 60대가 되면 가능한 책임있는 자리에 가지 않고, 65세부터는 절대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는 수위 높은 발언으로 와전돼 퍼졌다.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는 같은해 9월 방미 중 진보정당에 대한 교포 노년층의 시각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노인들은 곧 돌아가실 분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둔 민주통합당 시절에는 김용민 당시 서울 노원갑 후보가 8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한 “시청역 계단을 하나로 만들고 엘리베이터 다 없애면 (노인들은) 엄두가 나질 않아서 시청을 오지 않을 것” 발언이 논란이 돼 낙선으로 이어졌다. 윤호중 의원은 지난해 6·1지방선거 지원 유세에서 국민의힘 증평군수 후보로 나온 탤런트 송기윤(70)씨의 나이를 언급하며 “일흔이 넘으셔서 새로운 걸 배우시기는 좀 그렇다”고 말해 비판 받았다.

노인 비하성 발언은 보수정당에서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2019년 5월 손학규 당시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자 사과했다.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에는 미래통합당 소속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의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 지도부가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 세번째)이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
“김은경 혁신위 사퇴하라”…사실상 이재명 우회 압박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한 배경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압박이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계파 색채가 옅은 인물로 알려졌으나, 혁신위 활동 과정에서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싣는 듯한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김 위원장의 사퇴와 혁신위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 혁신위는 김은경 위원장 이하 전원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모든 직으로부터의 사퇴는 물론 혁신위를 스스로 해체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김은경 위원장은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대국민 사죄와 함께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 오시라”며 “논란에도 불구하고 습관성 모독에 중독된 김 위원장에게 민주당이 계속해서 미래를 맡긴다면 민주당 스스로가 폐륜정당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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