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지방대학의 사활이 걸린 '글로컬대학', “대학간 통합 등 각종 혁신안 제시…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교육부, 10월 말 글로컬대학 10여 곳 최종 선정 발표
윤석열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이 대표적이다. 글로컬대학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것으로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대학을 목표로 한다. 교육부가 글로컬대학에 지역을 넣은 것은 지자체가 대학을 도와야 대학의 혁신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학령인구 감소…비수도권 대학 신입생 미충원율 75%
정부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학령인구(만 18세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학령인구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2만명 가량 적다. 학령인구 감소 현상은 가속화돼 2035년 7만명 이상, 2040년 20만명 이상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0년 뒤 입학자원이 현재 대비 절반가량 감소해 존폐 위기를 맞을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서울에 위치한 한 사립대 입학 관계자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도 지금은 학생을 선발하지만, 20년 후에는 학생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대학별 특성화 방안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털어놨다. 비수도권 지역 대학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신입생 미충원율이 75%에 달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발전과 팬데믹 경험은 대학 교육과정에 있어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대학 내·외부 벽을 허물고 지역·산업계 등과 파트너십 바탕으로 대학과 지역 동반성장을 이끌 대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글로컬대학30 방안을 내놨다.
선정 대학은 5년간 약 1000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인재양성-취업·창업-지역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을 위해 지자체의 글로컬대학 집중 투자 지원 방안도 마련된다. 산업계 우수 인력을 글로컬대학 교원으로 파견해 산업계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산학협력 공동연구도 지원한다.
지난 5월 마감한 2023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에 총 108개교가 94개 혁신기획서를 냈다. 이 가운데 27개교가 통합을 전제로 공동 신청했다. 비수도권 대학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다.
2023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 평가 결과 총 15개(공동신청 4교, 단독신청 11교) 혁신기획서가 선정됐다.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 △경상국립대 △순천대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울산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포항공과대 △한동대 △한림대가 이름을 올렸다.
◇대학 혁신교육,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
각 대학이 제출한 혁신 방안을 보면 기존 대학 교육 체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창호 한국연구재단 RISE 성과관리팀장은 “글로컬대학 선정에 신청한 대학의 혁신기획서를 보면 학문·학과간 벽 허물기, 해외 유학생 유치, 교과과정 통합운영, 과감한 산학협력 추진 등을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교육혁신이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 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 벽 허물기, 학과 간 통합, 교과과정 통합 운영은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캠퍼스 간 공유·연합·통합을 촉진하는 초광역 단위 '1도1국립대'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도 새로운 대학 통합 모델인 'NEW 종합교원양성대학'을 내놨다. 순천대는 전남 맞춤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학과 통폐합과 단과대를 폐지해 특화 분야 무학과 개편, 무학년 무학기 교육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순천향대도 10개 단과대 및 50개 전공을 폐지해 새로운 교육 체계인 4개 유니버시티와 40개 소전공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공동 신청한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제한 없는 자유전과제, 모듈형 학생설계전공제 등 학생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인문학 융복합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대학·학과 통합 대세…외국인 유학생 유치도
해외 유학생 유치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도 나왔다. 전남대는 글로벌 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각오다. 중국 온주 국제캠퍼스, 베트남 하노이 바이오클러스터 등 64개국 456개 대학 네트워크를 활용해 교원 및 학생교류, 공동학위, 공동연구 등을 추진한다. 전북대는 외국인 학생들의 거주 여건을 개선한 국제 캠퍼스를 구축해 유학생 5000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중장기 혁신 방안으로 203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과 온라인 과정 학생을 1만명까지 늘린다.
각 대학이 제시한 혁신 방안 중 산학협력도 눈길을 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의생명·바이오, 미래 신산업 융합연구와 산학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부산대 양산캠퍼스를 R&D 혁신클러스터로 개편한다. 경산국립대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대학원, 연구소를 통합한 조직인 '우주항공방산 허브 대학'을 주제로 우주항공방산과학기술원(GADIST) 설립도 내세웠다. 연세대 미래캠퍼스는 대학 내 보건·의료 및 AI 산학융합 지구 개발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중심 미래형 대학' 모델을 제안했다. 대학 내 산학융합지구 부지 내 의료·AI 산학융합 지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글로컬 대학 예비 선정에 포함된 한 대학 관계자는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학 혁신과 발전에 자극이 된다면 글로컬 대학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이라며 “지역 사회와 지역주민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지역 공동체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학을 바꿀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로컬대학 선정 대학 간 통합 문제 여전
교육부는 실행계획서 등 대학의 구체적 혁신 방안을 검토해 10월 말 최종 선발 대학을 발표한다. 2차 본지정 대학은 10여 곳이 선정될 전망이다. 글로컬대학의 문턱을 넘은 대학이라도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아있다. 공동 지원한 대학들의 경우 통합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대학 간 이견으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부산교대총동창회는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은 초등교육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전국 교대 10곳 가운데 부산교대만 부산대와 통합한다고 해서 새로운 교원양성체제가 구축되지 않는다”고 글로컬대학 예비 선정 철회를 주장했다.
글로컬대학 선정에 탈락한 대학 중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컬대학 선정에 탈락한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립대·대형 사립대 위주로 1차 예비선정이 이뤄진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정부의 대학정책에 대한 지방자치제 이양에 관한 문제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과장은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심사에서 대학의 자율적 혁신성을 가장 큰 요소로 두고 평가했다”며 “각 대학의 강점과 지역 특성을 반영해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학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교육·연구 혁신안을 제안한 곳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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