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LCK의 '밝은 에너지', 배혜지 아나운서를 만나다
LCK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많아지면서 선수들의 경기 후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도 경기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받는다. 선수가 인터뷰에서 전한 이야기 역시 경기 내용 이상으로 관심을 끌기도 하고, 경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선수의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관중과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선수들과 시청자를 이어주는 인터뷰어에 따라 어떤 인터뷰가 나올지도 달라진다. 좋고 나쁘냐의 문제가 아닌, 인터뷰어 각자의 시각과 방법에 따라 다양하고 특색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터뷰어로 활동하는 아나운서의 다양한 스타일도 필요해진 시기다.
이번 시즌 스프링을 시작으로 LCK에 합류한 배혜지 아나운서는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인터뷰어다. 기상캐스터로 시작해 게임 리그 캐스터로도 활동했고, 서브 프로그램에서 엉뚱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배혜지 아나운서가 LCK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다. 방송 초반에는 이전 LCK에서 보기 힘들었던 높은 텐션을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배혜지 아나운서는 빠르게 LCK에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잘 녹여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배혜지 아나운서는 자신의 LCK 활동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기자면서도 배혜지 아나운서의 예전 서브 프로그램이었던 '망들기교실' 애청자의 마음으로 LCK 서머 일정 중 하루를 잡아 배혜지 아나운서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LCK 아나운서이자 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 지금까지 LCK와 함께 한 기분은 어떠신가요
현장에서 관중의 열기를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러분의 열정을 직접 느낄 수 있던 점도 좋았습니다. 굉장히 재미있고 즐겁게 2023시즌을 잘 보냈죠.
리그 방송에 합류하기 전부터 e스포츠에 관심이 있으셨는지
리그 오브 레전드는 4년 전부터 친구들과 같이했어요.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임으로 즐겼는데, 강릉에서 열렸던 작년 서머 결승 이후로 LCK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요. 친구들과 강릉으로 여행 가기로 했는데 마침 일정이 맞았고, LCK 합류 전부터 알던 사이인 윤수빈 아나운서도 만나서 응원할 겸 가서 경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윤)수빈이랑 같은 대학도 나왔고, 같은 캐스터 일을 하다 보니 서로 연락을 하게 되더라고요. 수빈이가 LCK에서 분석 데스크와 인터뷰어로 활동하는 모습이 좋았고, 응원하고 있었죠.
제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제대로 안 되다니요. 아마 망들기교실을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맞아요. OGN에서 왕자영요 캐스터를 했었고, 그 인연으로 망들기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한 것이 e스포츠 방송과 인연이 됐거든요.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배찌 인형 만들기 경우에는 10시간 동안 바느질을 해서 만들었는데,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에 비해 결과물이 이쁘지는 않았죠. 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서 저는 참 좋아했던 프로그램입니다. 여러분도 LCK가 없는 날 한 번 찾아보세요.
아나운서의 길은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 한 기업의 광고를 찍게 되었어요. '사람이 미래다'라는 주제였는데, 대학생들이 나오는 부분에 제가 출연했죠. 그걸 봤는데, TV에 나오는 제 모습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TV에 나올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뉴스에 출연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그래서 아나운서 준비를 했고, 그뿐만 아니라 기자나 기상캐스터도 같이 준비하면서 시험을 봤는데 기상 캐스터와 제가 정말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방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과학을 좋아해서 고등학교도 이과를 나와서 날씨에 관한 지식도 있는 데다, 직접 제가 쓴 원고를 통해 제 밝은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기상 캐스터로 방송을 시작했죠.
LCK와 기상캐스터는 좀 다른 분야고, 이전 게임 리그를 중계한 경험이 있더라도 LCK 아나운서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LCK에 도전하게 되었나요
제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분들이 있으셨는데, 그래서 아나운서 자리에 저를 추천해 준 분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다들 추천하니까 LCK에서도 '배혜지가 누구지?' 하는 마음에 저한테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두 번 정도 면접을 보고 LCK 무대에 설 수 있게 됐죠. 원래부터 LCK를 열심히 봤고, 작년 서머 이후로 더 좋아하게 되어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됐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제가 리그 오브 레전드와 LCK를 정말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했죠. 물론 '떨어져도 LCK 열심히 볼게요'라는 이야기도 했고요.
저 역시 LCK를 예전부터 보신 분들에 비해 비교적 경기를 본 기간이 짧아요. 그리고 저와 비슷한 팬과 시청자도 많고요. 게다가 주변에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은 하지만 LCK는 아직 접하지 않은 분들도 있죠. 이런 분들에게 제가 LCK를 보면서 느끼는 즐거운 감정을 전하면서 같이 즐기고 싶었어요. 저와 같은 사람들이 LCK를 더 봤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고맙게도 제 주위 분들도 'LCK는 잘 모르지만 네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고 방송에 출연하니까 나도 한 번 볼게'라는 분들도 생겼어요. 수빈이도 '언니랑 같이 일하게 되어 정말 좋아'라고 이야기하더라구요. 하지만 마냥 즐거운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죠. 나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 내가 실수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죠. 그래서 매일 방송을 준비하면서 '오늘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가져요.
지금이야 배혜지 아나운서의 하이텐션을 모두가 알고 받아들이면서 즐거워하지만, LCK 첫 방송 때에는 배혜지 아나운서의 텐션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했죠
누구를 따라하기 보다 저만의 색을 찾고 싶었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분석 데스크가 조금 더 즐거운 분위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이런 마음이 담기다 보니 처음에는 보기에 어색한 방송이 나왔던 거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는 제가 LCK 방송을 위해 롤파크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방송에서나 보던 곳에 내가 와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평소보다 더 텐션이 올라갔죠. 그래서 적응이 힘든 텐션으로 첫 방송을 보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조금 진정하고 방송하지만, 지금도 불쑥불쑥 지금의 행복한 상황에 텐션이 올라가려고 하죠. 하지만 스스로 자제하면서 분위기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번부터 LCK를 보셨기에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선수도 있고, 실제로 보고 좋은 인상을 받은 선수도 있을 듯합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 분들이 많을 거 같지만, '페이커' 이상혁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팬도 많고, 최고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기 쉽지 않은데 이런 사람을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있었거든요. 실제로 첫 인터뷰 전에 너무 떨려서 말이 안 나올 거 같았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차분하고 친절한 선수라 긴장감을 놓고 인터뷰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선수들을 조금 더 알고 싶어서 게임단에서 만드는 영상을 항상 찾아봐요. 그 영상을 보면 경기장에서 보기 힘든 선수들의 매력이 보이는데, 실제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힘들어서 그런 모습을 스스로 보이기 쉽지 않죠. 그래서 영상 속 선수의 매력을 인터뷰에도 담고 싶었어요. 경기장에서 보기 힘든 선수들의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인터뷰 전에 미리 찾아보고 선수들에게 부탁해 허락하는 경우에는 인터뷰에서 언급하고 보여드리기도 하죠. '피넛' 한왕호 선수는 워낙에 라이브 인터뷰도 잘 하셔서 옆에 있으면 든든해요.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나 '엄티' 엄성현, 그리고 '라스칼' 김광희 선수는 물론 많은 선수가 인터뷰에 성실히 답해주셔서 감사하죠.
POG 인터뷰는 현장 관중 앞에서 진행하기에 지금까지 했던 방송과는 다른 느낌일 테죠
인터뷰를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가면 많은 분이 저를 봐주세요. 그리고 시작 전 인사를 하면 다들 환호를 보내주시면서 환영해 주시고, 인터뷰가 끝나고 카메라가 꺼진 후 인사를 하면 박수도 보내주시죠. LCK 아레나에 입장한 분들은 제가 아니라 선수들을 보러 왔는데 저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 게 정말 좋고 감사해요. 그래서 원래 성격도 에너지가 넘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다들 좋아해주시니 더 밝고 활기찬 모습이 되는 거 같아요.
기상캐스터 시절부터 제 방송에 관한 반응을 보는데, 좋은 반응이 있는 만큼 반대의 반응도 있죠. 덕분에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속상한 반응을 보면 일부러 좋은 반응을 보면서 스스로 조절을 하고, 받아들일 부분이 있으면 받아들이면서 저를 발전시키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 거니까, 최소한 그만큼은 하자는 거죠. 그리고 제 진심이 닿을 때까지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평소에 맛있는 걸 찾아 먹고요, 너무 힘들면 여행을 훌쩍 떠나요. 지금 삶에서 스트레스인 게 장소가 바뀌면 스트레스가 아니기도 하죠. 스스로 다독이고 다시 멘탈 관리해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좋은 반응을 보면서 스스로를 조절하신다고 했는데, 가장 기억나는 반응이 있었다면 어떤 것일까요
많이 응원과 격려 보내주시는데, 다 감사하지만 특히 "언니 보면서 너무 행복해요, 언니도 늘 행복하세요"라는 응원이 기억나요. 저의 행복을 바라주시는 분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했거든요. 그리고 "LCK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하는 댓글도 있었죠. 보내주시는 응원과 격려를 보면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맛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신다고 했는데, 어떤 것을 가장 좋아하실까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고요, 진짜 힘들 날은 귀갓길에 항상 양념치킨을 시켜요. LCK에도 후원하는 그 치킨이 정말 맛있더라고요. 저도 좋아하는 LCK 후원 양념 치킨 같이 드셔보시죠.
LCK에서 이제 한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데,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싶은지
제가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따듯하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분석데스크 분들의 도움을 받아 계속 게임과 리그에 대한 지식을 쌓고, 선수와도 더 소통해서 좋은 인터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스프링과 서머 사이에 있던 MSI를 통해서 국제대회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는데, 정말 LCK와는 제가 느끼는 감정이나 닿는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올해 서머가 끝나고 한국에서 월드 챔피언십을 하는데 이런 무대에서도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인터뷰를 해보고 싶기에 방송에도 참여해 보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LCK 시청자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청자와 팬, 그리고 현장에 와주시는 관중분들 모두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이번 여름보다 더 뜨겁게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디서든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안녕!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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