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나리오까지 나온 '이동관 방통위' 전망 엇갈려
중앙일보 정치부장, 1일 '이동관 탄핵설' 언급
임명 직후 탄핵으로 식물 방통위? 현실 가능성은
김현 상임위원 "최민희 임명하라고 주장해야"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25일 ”차기 방통위원장 취임 이후에는 야권에서 누가 와도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의 들러리가 될 뿐”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김현 상임위원과 상임위원 임명 예정인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실제 총사퇴가 이뤄질 경우 오는 9월 본격 출범할 6기 방통위가 야권 추천 상임위원 없이 운영되며 정당성을 상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인사청문회도 진행하지 않은 이동관 위원장 후보를 둘러싼 '탄핵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최민우 중앙일보 정치부장은 1일 <'이동관 탄핵설'의 실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임명 전부터 탄핵설이 공공연히 나온다. 시나리오도 구체적”이라면서 “(8월23일 임기 만료인) 김효재·김현 위원 후임을 민주당이 거부하겠다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거야(巨野)가 제동을 걸면 추가 인선은 불가능하다”며 “전체 인원의 절반도 안 되는 '반쪽짜리 방통위'가 공영방송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면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이동관 탄핵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헌재 결정엔 최소 5개월이 걸린다”고 썼다. 이어 “이동관 탄핵안이 11월에 국회를 통과하면 이동관 궐위-방통위 유명무실-현 KBS·MBC 체제로 내년 총선(4월10일)을 치를 수 있게 된다”고 전망했다. 시나리오의 현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민주당이 결심할 경우 상임위원 5인 체제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 방통위가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 2인으로 '파행 운영'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동관 탄핵' 시나리오의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 공보국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중앙일보 칼럼을 가리켜 “소설이다. 탄핵을 주장하는 분이 당내에 있지만 다양한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며 “(탄핵은)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당에서 그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 앞으로 방통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향후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 상임위원은 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2명만 남아도 의결은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1명이 남아도 (의결) 할 수 있는 정부”라면서 “(언론노조와 언론단체는) 최민희 위원을 임명하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 김어준씨는 “2명만 남으면 더 신나게 진행할 것”이라며 “최민희씨를 빨리 임명하라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 위원은 언론노조의 사퇴 주장에 대해 “이슈 파이팅은 가능하지만, 얻는 실익이 없다”고 했고, 김씨는 “이슈파이팅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야권 몫 2인을 추천해 방통위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방통위가 이토록 망가진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적 종속성에 있다. 방통위에 필요한 건 진영대결을 대리하는 투사가 아니다”라며 양당에 이동관최민희 모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방통위법에 따르면 위원회 회의는 위원장 단독으로 소집할 수 있다.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법상 2인 상태에서도 의결은 가능하다. 민주당이 국회 몫 3인 추천을 '보이콧' 해버리면 대통령 추천 몫 2인만 의결에 나선다는 점에서 '합의제' 취지를 무시한 상황을 비판하고 의결 사항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정부에 물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으나 역으로 민주당이 '2인 구도'를 의도적으로 구성했다는 정치적 부담 역시 감당해야 한다.
'이동관 임명 직후 이동관 탄핵' 시나리오의 경우 현 KBSMBC 경영진이 시간을 조금 더 버는 것 말고 어떤 실익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위원장 자격 문제는 인사청문회에서 다룰 문제인데, “언론 고문 기술자”(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란 이유로 임명 직후 탄핵한 뒤 총선 전 '이동관 탄핵 기각' 판결이 나는 경우엔 무리한 탄핵이었다며 역풍이 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인사청문 과정에서 폭발력있는 이슈가 등장해 매우 높은 탄핵 여론이 나타날 경우도 배제할 순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중앙일보 정치부장이 언급한 시나리오보다,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후보자 검증에 나선 뒤, 이동관 후보자가 위원장에 임명될 경우 이후 불거질 방송장악 논란을 국회 상임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며 날을 세우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6기 방통위가 5인 체제로 완성된 이후에도 '탄핵 카드'는 살아있다. 위원장이 탄핵 되는 경우 방통위는 수개월 간 여야 2:2 구도가 된다.
이런 가운데 조승래 민주당 의원(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은 1일 '위원회 회의는 재적위원 3인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승래 의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 설치의 근본 취지에 맞게 의결 요건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서 발의한 것이다. 지금처럼 2명이든 1명이든 의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한 뒤 “탄핵은 법률위반 행위가 있을 때 하는 것이지 무작정 탄핵하겠다는 발상은 말도 안 된다”며 “이번 개정안은 소설 같은 탄핵 시나리오와는 관련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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