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도입, 국회로 공 넘기고 여당 뒤에 숨은 대통령실 셈법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법정구속되면서 7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특별감찰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국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목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여당이란 ‘우산’에 숨어 특별감찰관 ‘소나기’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최씨가 법정구속되고, 윤 대통령 처가 땅 쪽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바뀌었던 논란이 있은 후 야당은 연일 특별감찰관을 추천하자고 주장한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속히 절차에 따라 특별감찰관 세 명의 후보를 추천하는데 (여당이) 같이 하길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비겁하다. 정말 의지가 있다면 먼저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지명해 주라고 공문으로 공식요청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전날 “법에 따라 합리적 논의를 거쳐 (특별감찰관 임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등의 비위를 감찰한다. 국회가 15년 이상 판검사나 변호사를 지낸 변호사 중 3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게 돼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돼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됐지만 2016년 9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다 갈등을 빚고 물러난 후 7년 가까이 공석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약했다.
대통령실은 국회로 공을 넘기며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특별감찰관이라는 자리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후보자를 추천해) 와야 하는데, 지금 국회에서 아무런 요청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여당 뒤에 숨어서 공약 파기 논란을 피하고 특별감찰관 논의를 뭉개려 한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이때문이다.
여당은 원론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하면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권 이래 법에 정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사실상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 됐고 법에 정해진 일을 하지 않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민주당에서 임명과 관련된 협의를 해오면 같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협의한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그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원죄를 강조한 것이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여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함께 추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에 따라 출범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중 10명을 국회에서 임명해야 하는데 그 공석도 같이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남북 간에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사안이다. 지난해 8월 관저 리모델링 수의계약 의혹 때 특별감찰관 논의도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맞물리며 유야무야된 바 있다.
여당에선 부득이하게 특별감찰관을 추천하게 되면 정권 친화적 인사로 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석수 전 감찰관 때도 각각 여당·야당·대한변호사협회 천거로 3명이 추천됐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여당 몫의 이 전 감찰관을 택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법조인인데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고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런 사정을 아는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공세를 펴는 것은 실제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기 위해서란 분석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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