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후 급등했던 리플의 ‘보름천하’… 가격 800원대까지 하락

승소 후 1100원 뚫었던 리플, 보름여 만에 900원 밑으로
겐슬러 SEC 위원장, 항소할 뜻 내비쳐
美 법원서 ‘리플 승소’ 판결에 이의 제기도

그래픽=손지인

가상자산 리플의 가격이 최근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리플은 증권성 여부를 두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벌인 소송에서 지난달 승소한 후 가격이 급등했지만, 최근 법적 분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상승세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1일 오후 3시 15분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리플 가격은 전날보다 1.1% 하락한 896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1120원대 중반까지 오른 후 17일 만에 가격이 20% 넘게 하락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이후로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줄곧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리플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장 코인’을 제외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가상자산으로 지난 2021년에는 가격이 2000원대 중반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 가격은 줄곧 600~700원대에 머물렀다. SEC와의 법적 분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SEC는 2020년 리플이 증권성 코인에 해당된다며 리플의 발행사 리플랩스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고, 리플랩스는 이를 반박하며 SEC를 상대로 맞소송을 걸었다.

횡보를 이어가던 리플 가격은 지난달 13일 미국 법원이 리플랩스에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급등했다. 뉴욕지방법원은 “리플랩스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한 행위라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리플의 강세는 채 보름을 가지 못했다. SEC가 뉴욕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증권성 논란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지난 17일 “법원의 판결에 실망했고, 내용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사실상 항소를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리플은 지난 22일 다시 1000원 밑으로 내려간 후 줄곧 반등하지 못한 채 8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트위터 캡처

최근 또 다른 미국 법원에서 리플의 승소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점도 리플 가격이 최근 떨어지고 있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제드 레이코프 판사는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된 리플은 증권이 아니라고 해석했던 뉴욕지방법원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플 판결을 근거로 자신은 미등록 증권을 판매하지 않았다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 같이 언급했다.

SEC는 앞서 지난 2월 테라·루나 코인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씨를 연방 증권거래법상 사기와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뉴욕연방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이후 권씨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된 리플은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오자, 이를 근거로 자신에게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가 적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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