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부실” 해외 부동산 리스크 커진 금융지주…집중 관리 착수
은행, 선순위 대출 비중 커
증권·보험사가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 커
국내 금융지주가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대한 위험 관리에 나섰다. 최근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투자 손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는 투자를 진행한 해외 사업용 부동산 전수조사를 통해 손실 위험을 파악하고 필요 시 충당금까지 적립할 예정이다.
1일 각 금융지주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17조8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각 금융지주가 실적 발표 당시 공개한 익스포저 규모는 KB금융 5조9000억원, 하나금융 4조6000억원, 신한금융 4조원, 우리금융 3조3000억원이다.
KB금융의 경우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중 60% 이상이 선순위 및 담보 비중이 높은 은행 취급 건이다. 다만, 일부 오피스 관련 자산에서 손실처리 및 충당금이 인식될 여지는 존재한다. 하나금융의 상업용 부동산 자산은 은행이 약 1조3000억원을 가지고 있으며, 증권에서 2조4000억원가량을 가지고 있다. 신한금융 역시 미주, 유럽을 중심으로 오피스 빌딩 투자를 단행했다.
글로벌 긴축 기조의 영향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리스크는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지주의 투자 대상은 주로 미주, 유럽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 호텔 등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투자한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 3월 말 기준 13.82%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9.9%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럽 역시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가 급감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365억 유로(약 51조원)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린 시점은 2017년부터”라며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중수익-중위험 상품에 관심이 높아졌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최근 해외 오피스의 공실이 증가하며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대주단들이 지분(에쿼티) 추가 납입을 하지 않는 경우 현지 은행들이 리파이낸싱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며 “특히 2019년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역대 최고였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부실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지주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자체 전수 조사를 통해 위험의 크기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금융지주는 은행에서 취급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선순위 대출 형태로 나간 경우가 많아 위험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재 고정이하 규모 자체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증권사의 경우 중순위(메자닌)이나 에쿼티 투자 형태가 많아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권사의 투자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를 재매각(셀다운)한 경우도 많아 은행, 보험사까지 부동산 투자 부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우리은행에서는 홍콩 오피스 투자 펀드로 인해 손실이 현실화됐다. 우리은행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에 투자한 펀드인 ‘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 관련해 손실이 나며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하기로 결정, 540억원의 기타 충당금을 적립했다.
금융지주는 해외 부동산 손실 위험이 확산하지 않도록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부실이 예측되는 사업장에 대해 사전관리 사업장 또는 이슈 사업장 등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최철수 KB금융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시장 상황에 따라 부실이 예상되는 건에 대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라며 “일부 계열사에서 후순위로 들어간 건 금액이 크지 않지만 일정 손실 처리했고, 향후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부실이 나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만큼 손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신한금융 역시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되는 자산에 대해 관리에 나섰다. 방동권 신한금융 CRO는 “전체 익스포저 4조원 중 고정이하는 1000억원 정도로 대부분 호텔 쪽이다”라며 “추가 손실 예상되는 자산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할 예정으로, 코로나19로 실사가 어려웠던 부분들에 대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고, 공동딜에 대해 관리해나가고 있다”라고 했다. 하나금융은 은행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고정이하 여신은 없지만, 부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지주의 해외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금융업권별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해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은행의 경우 직접적으로 자기계정에서 투자한 경우와 해외 부동산을 담은 펀드와 같은 상품으로 판 경우가 있는데 아직 위험도가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증권, 보험사의 투자 리스크가 큰 부분이 있어서 집중적으로 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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