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물 수출 규제에 가격 상승…정부 “수입처 다변화, 비축량 늘린다”
수입처 다변화·재고 확보로 국내 산업 영향 미미
정부, 핵심 광물 비축량 늘려갈 계획
“中 자원 무기화, 최대 공급자 지위 약화시킬 것” 전망도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1일부터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서 이들 광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정부와 국내 산업계는 공급망 다변화로 중국발(發) 수출 통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세계 각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비해 정부는 수입처를 늘려 필수 광물 비축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세계 곳곳에서도 갈륨·게르마늄 대체재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일각에선 이번 규제로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갈륨 가격은 지난 6월 30일 kg당 282.5달러(약 36만2000원)에서 지난달 28일 기준 338.75달러(43만5000원)로 한달 만에 약 20% 올랐다. 같은 기간 게르마늄 가격은 6700위안(약 119만원)에서 6850위안(약 124만원)으로 올랐다. 다만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고는 있으나, 갈륨 가격이 지금보다 2배가량 비쌌을 때도 국내에 수급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가격 추이와 더불어 중국의 정책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륨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 핵심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증착 가스와 태양 전지 제조에 쓰이는 게르마늄의 중국 생산량은 60%가량이다.
정부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갈륨·게르마늄 수입처 다변화로 중국의 수출 통제가 제품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력 반도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독일 등과 달리 한국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는 갈륨이 쓰이지 않고,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주로 차세대 전력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으로 갈륨을 소비하고 있어 타격이 작다”라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갈륨은 주로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돼 왔는데, 국내 기업들이 LCD 사업을 점차 줄여가면서 갈륨 수요가 많이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도 “공급망이 이미 다변화돼 있고, 재고도 충분하게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갈륨에 비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쓰이는 게르마늄의 수입처도 호주, 미국, 캐나다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당장 국내 산업에 타격은 없으나, 세계 곳곳에서 자원 무기화·국유화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핵심 광물 비축량을 2031년까지 100일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정부의 갈륨 비축량은 40일 수준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확보분은 ‘전략 비축’으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것이며 이 외에도 각 기업이 자체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게르마늄은 정부가 따로 비축하고 있지 않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국내 산업 상황 등을 고려하는 비축 타당성 검사를 통해 10년에 걸친 장기 계획을 세워 게르마늄을 포함한 여러 광종의 확보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각국이 중국 외 여러 국가로 광물 공급망을 넓히면서 최대 공급자 지위를 누려온 중국이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광물이 풍부한 호주와 캐나다 등은 중국발 규제를 자국 광물 공급망 확대 기회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통제로 단기간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겠으나 반대로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이 대체재를 찾거나, 그동안 가격 경제성 때문에 갈륨과 게르마늄을 취급하지 않았던 국내외 업체들이 생산에 나설 것”이라며 “2010년 희토류 시장의 97% 이상을 장악하던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선 이후 현재 시장 점유율이 60%대까지 떨어진 것처럼, 자원 무기화는 결국 세계 각국의 대체제 마련 가속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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