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항로’ 막힌 우크라, 크로아티아 항구 통해 곡물 수출 추진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손된 우크라이나 파브리브카의 한 곡물창고에서 직원이 쏟아진 곡물을 정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로가 막힌 우크라이나가 크로아티아 항구를 통해 곡물을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고르단 그를리치 라드만 크로아티아 외무 장관과 화상 회담을 한 뒤 “다뉴브강과 아드리아해에 있는 크로아티아 항구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송하는 가능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크로아티아는 최근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하자 우크라이나에 자국 항구 사용을 제안했다.

크로아티아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고 직선거리상으로도 수백㎞ 떨어져 있지만 아드리해와 접해 있다. 크로아티아 항구를 이용할 경우 다뉴브강을 통해 유럽 내륙으로 운송한 우크라이나 곡물을 아드리해를 거쳐 지중해로 운송할 수 있다.

쿨레바 장관은 “크로아티아 항구로 향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마련하고 이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파브리브카의 한 곡물 창고 앞을 거위 떼가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해 양국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협정을 체결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밀과 옥수수 수출국으로,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후 흑해를 통한 수출길이 막히자 전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이 협정을 통해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됐으나, 지난달 17일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 수출 보장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곡물협정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도시 오데사 등 흑해 항만 일대에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 지난달 24일에는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로의 대체 경로로 이용하는 다뉴브강 항만의 곡물창고까지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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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외무부에 따르면 러시아가 곡물협정에서 탈퇴한 후 9일간 24개 이상의 항구 기반시설과 약 18만t 이상의 곡물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