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장사 람보르기니… “차 취소해도 계약금 4000만원은 안 돌려줘”

람보르기니가 신차를 계약한 뒤 취소한 소비자에게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기로 했다. 10만원에 불과한 국산차 계약금과 달리, 람보르기니 우루스의 계약금은 2500만원, 우라칸의 계약금은 4000만원에 달한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국내 판매 신기록을 세웠는데, 배짱 장사가 극에 달한 셈이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람보르기니는 최근 우루스, 우라칸 등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계약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취소 불능 확인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S. /람보르기니 제공

해당 문서는 특약으로 ‘제조사의 생산 중단이나 지연 등 (람보르기니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하고자 하는 경우, 매수인이 지급한 계약금은 매도인에게 귀속되며 매수인은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신차를 계약하고 난 뒤 생산에 들어갔을 때 변심으로 취소하면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차를 계약하면 계약을 맺은 사실이 있고, 해당 계약을 담보한다는 의미로 계약금을 납부한다. 계약 차량이 출고 전이라면 언제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이 경우 계약금도 돌려받는다. 보통 국산차는 10만원, 수입차는 100만원을 계약금으로 낸다.

부동산 등 통상적인 계약에선 계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배액배상(계약금의 2배)’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는 제조사가 계약 내용을 바꿀 때도 있어 계약금 환불도 유연한 편이다. 예를 들어 신차 대기가 1년을 넘어가는 동안에 가격이 오른 신형이 나왔을 때, 제조사는 소비자에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배액배상하지 않는다. 값이 오른 신형으로 계약이 바뀔 뿐이다.

포르셰나 페라리 같은 슈퍼카도 마찬가지다. 여러 옵션을 맞춤 주문하는 포르셰는 출고 전이라면 계약금을 환불해 준다. 만약 주문서대로 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갔다면, 해당 자동차를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한 시점에 계약금을 돌려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약금은 100% 환불된다. 비스포크(bespoke·맞춤 생산)를 브랜드 특성으로 내세우는 롤스로이스가 유일한 예외 사례로 꼽힌다.

앞서 테슬라는 신차 계약금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테슬라는 2020년부터 1년여간 국내에서 10만원의 ‘주문 수수료’를 받았고, 고객이 주문을 취소했을 때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공정위는 테슬라가 전자상거래법이 보장하는 청약철회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고, 테슬라는 공정위 시정명령 끝에 계약금 환불이 가능하게끔 판매 정책을 변경했다.

람보르기니는 최근 국내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9년 173대에서 2020년 303대, 2021년 353대, 작년 403대로 판매량을 매년 늘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람보르기니 공식 딜러사 SQDA 모터스가 보유 중인 예약금은 2019년말 98억원에서 작년말 462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작년 한 해에만 260억원의 예약금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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