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000원' 마트는 가능해도…식당 사장님들은 "못 깎아요"
현재 주류 제조사는 소주 1병을 도매상에 1100원~1200원대(세금 포함)에 납품한다. 도매상은 여기에 유류비, 운송비, 인건비, 운영비, 마진 등을 더해 약 25% 높은 1400원~1500원을 받고 마트와 주점 등 소매점에 공급한다. 이렇게 공급받은 소주는 마트에선 약 1500~1600원, 음식점에선 4000원~6000원 선에 판매해 왔다.
이번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적용하면 앞으로 마트와 음식점 등에서 덤핑 등 부정행위가 아니라면 소주, 맥주 등 각종 주류를 1병당 1000원 이하로 팔아도 불법이 아니다.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는 정부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주 등 주류는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할인판매 여지를 넓혀주면 마트 집객 측면에선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 역시 "주류 원가 이하 판매가 명확화되면 마트가 자체적인 할인 이벤트 등을 통해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류 가격 할인을 적용해도 1병당 500원 같은 파격적인 할인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부 이커머스가 자사앱 설치 후 최초 구매 시 1만원짜리 상품을 100원에 파는 등의 마케팅을 하지만 이는 일부 상품에 제한된 미끼상품이며 지속력이 약하다"며 "오프라인 할인 행사는 이와 성격이 다르고, 특히 수요층이 많은 소주 등 주류는 할인 폭이 과도하면 매장 방문자가 늘어도 되레 손익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횟집을 30년간 운영한 윤 모 씨는 "소주는 1병당 1450원, 맥주는 1병당 1550원에 들여오는데 5000원에 판매 중"이라며 "술 가격이 저렴해진다고 2병 먹을 사람이 10병 먹지 않는다. 술은 시킬 수 있는 양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박리다매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횟집 메뉴나 안주는 한두 개를 시킨 뒤 추가하지 않으므로 가장 많이 남는 품목인 술을 구매가보다 싸게 팔면 업주는 손해인데 누가 그렇게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에 3곳의 주점을 운영 중인 30대 진 모 씨는 "서울에선 보통 술값을 들여온 것보다 3배 정도 올려 받는 '3배 치기'란 말이 있는데 그래야 월세, 식자재비, 직원 월급 등을 제외하고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급가 1500원에서 3배 정도면 4500원인데 최근엔 이마저도 어려워 가격을 올린 식당이 많은데 이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술을 들여온 가격보다 싸게 팔아서 생기는 손해를 메우려면 안주나 다른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손님들이 느끼기엔 조삼모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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