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부부, 현충원에 합동 안장된다
러시아 우수리스크 흙과 최 엘레나 여사 유해 봉환 예정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1860~1920)과 최 엘레나 여사 부부가 최 선생 순국 103년 만에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란히 안장된다. 최 선생의 유해는 순국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흙으로 대체하고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묻혀있는 최 여사의 유해는 국내로 봉환할 계획이다.
국가보훈부는 1일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흙과 최 여사의 유해를 모셔와 원래 최 선생의 묘가 있던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 자리에 합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1970년 현충원 묘역에 조성된 최 선생의 묘역은 현재 빈 터로 남아있다. 당시 최규흠이라는 인물이 원호처(보훈부의 전신)에 최 선생의 유해라며 현충원 이장을 신청해 최 선생의 묘역이 조성됐다. 러시아에 살고 있던 최 선생의 7녀 최 엘리자베타가 1990년 한·러 수교 후 최규흠을 가짜 후손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최규흠은 1984년 사망한 뒤였다.
현충원은 보훈처(보훈부의 전신)로 최 선생의 유족 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2009년 최 엘리자베타와 최규흠의 자녀 최하욱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최하욱이 최 선생의 유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해는 현충원에서 원외로 이장됐다.
정부는 최 선생의 묘역을 복원하려 했으나 1920년 일본군에 의해 순국한 최 선생의 유해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당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은 유골이나 시신만 안장할 수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09년부터 현충원 108번 묘역은 복원되지 못하고 빈 터로 유지돼왔다.
보훈부는 지난 1월 유골·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의 위패와 배우자의 유골을 합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거쳐 7월18일 시행되면서 비로소 최 선생 부부를 합동 안장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갖춰졌다.
보훈부는 오는 7일 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봉환한다. 최 선생이 순국한 곳으로 추정되는 우수리스크 최재형 선생 기념관 뒤쪽 언덕의 흙은 11일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14일 ‘백 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을 주제로 부부 합장식이 거행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유해마저 찾을 수 없었던 순국선열을 단 한 분도 소홀함 없이 예우하는 일류보훈을 실현하는 첫걸음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해주에서 사업가로 자수성가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최 선생은 1908년 국외 항일조직 동의회를 조직해 항일의병투쟁을 하고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1919년 4월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재무총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1920년 4월 우수리스크에서 일본군에 체포된 뒤 순국했다. 정부는 1962년 최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최 여사는 최 선생의 독립운동을 내조했고 안중근 의사 순국 이후에는 안 의사의 남은 가족들을 보살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 선생이 순국한 뒤에는 1952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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