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우주SF에 대한 담대한 도전…빼어난 영상과 김용화식 이야기의 조화 [엄형준의 씬세계]

엄형준 2023. 8. 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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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286억원 투입 블록버스터 ‘더 문’ 개봉
우주 소재 SF 도전… 6.5K 촬영 4K 고화질 편집
돌비·IMX 등 대화면 선명…음향·영상미 빼어나
김용화 감독 인간의 감정 강조… “VFX는 질료”
김용화식 ‘화해·용서·눈물’… 대중적 이야기 코드
흥행 성공 땐 ‘감독판’ 공언…못담은 서사 추가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동경은 아주 오래전 이미 별자리를 그리면서부터 있었다. 그러나 여태껏 미국 외에 인간이 직접 달을 밟은 국가는 없다. 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은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지고, 이를 다룬 우주 배경의 영화 역시 아직은 ‘할리우드’의 영역처럼 느껴진다. 그나마 중국이 가세한 정도다. 낯선 세계, 그래서 비교와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쉬운 우주 영화의 영역에 김용화 감독이 ‘더 문’으로 발을 내디뎠다.
김용화 감독의 우주 SF 영화인 '더 문'은 정교한 세트와 장비, VFX을 기술을혼합해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영화에 나온 월면차의 경우 "실제 달에서 운행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2일 개봉하는 ‘더 문’은 유인 달 탐사에 실패한 한국이 다시 재도전하며 벌어지는 우주 조난 사건을 소재로 한다. 우주 조난 자체가 새로운 영화의 소재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로 놓고 보면 새로운 도전임이 분명하다.

배경이 유난히 어두울 수밖에 없는 ‘김용화 표’ 우주 SF영화는 태양이 작열하는 무더운 여름 휴가철, 극장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향하게 할 수 있을까. 

‘더 문’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영상미다. 시각적 특수효과(VFX)를 통해 구현한 우주 장면은 한국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영화는 미 항공 우주국(NASA)에서 쓰이는 부품과 소재를 활용, 달 탐사 우주선 세트를 만들고, 월면차 등을 정교하게 제작해 촬영에 활용했고 여기에 ‘신과 함께’, ‘승리호’ 등의 제작에 참여한 진종현 VFX슈퍼바이저가 영상 효과를 더했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우주복을 뜯어보고, 실제보다 영화에서 더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진짜 우주복에 사용되는 케블라가 아닌 실크로 6개월간 13벌의 우주복을 제작했다고 한다.

또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6.5K(가로가 약 6500픽셀인 해상도)로 촬영돼 우리가 보통 초고해상도(UHD)라고 부르는 4K로 편집됐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4K로 촬영되더라도 비용 등의 문제로 VFX 작업이나 색 보정은 2K로 처리되곤 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촬영은 하루 임대료가 1만달러 안팎으로 알려진 ‘아리 65’ 2대를 포함해, 7대의 카메라가 사용됐고, 쓰인 렌즈는 45종이나 된다.

실제 아이맥스(IMAX)나 돌비 영화관의 대형 화면에서 본 ‘더 문’은 최근 개봉된 다른 한국 영화와 구분될 정도로 선명한 영상을 보여준다. 수천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할리우드의 우주 영화를 뛰어넘는다곤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품질이 크게 뒤지진 않는다. 기술적 만듦새에서 보면 이 영화는 극장에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부품과 과학적 지식을 참고해 정밀하게 제작됐다.
각각 ‘1000만 이상 관객’을 달성한 ‘신과함께’ 1편과 2편과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 잇단 흥행작을 낸 ‘충무로 보증수표’인 김 감독은 그간 다양한 기술을 시험해 왔는데, 정작 영화에서 다루고자 하는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에 관해서라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는 감정의 매체잖아요. 첫째, 둘째, 셋째도 감정입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처럼 말했다. 김 감독은 “‘더 문’은 대화면에서 사진처럼 현실감을 주는 영화를 목표로 만들었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높은 선예도와 음향을 체감할 수 있을 것”라면서도, 한편으론 영화에서 기술이 이야기를 압도하는 과도함을 경계했다.

그의 유일한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 고’에서 얻은 경험 때문일까. 그는 “(VFX는) 감정을 해치지 않는 완전한 실제적인 저의 질료(재료)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그 이상 뭔가 과장을 했거나 좀 자랑하려고 들었다가는 관객들이 금방 안다”고 했다.

김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준 화해와 용서, 눈물의 코드는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진다. 국가적 자부심에 도취하는 소위 ‘국뽕’도 한 숟가락 더했다. 이런 김 감독의 이야기 방식은 평단으로부터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야기에 대한 그의 신념은 뚜렷하다.

김 감독은 “달콤 씁쓰름하고 하지만 한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고(있어 보이고), 보고 나면 좀 위로가 되는 이런 영화라면 계속 만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배우 도경수는 우주에서 홀로 살아남은 황선우 역을 연기했다. 실제 촬영 대부분을 홀로했다.
이번 영화에서 도경수는 거의 모든 촬영을 혼자 연기하며, 고립된 우주인인 ‘황선우’를 너무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 남성 아이돌 그룹 EXO(엑소)의 멤버로 ‘신과함께’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김 감독의 눈에 든 도경수는 이제 새롭게 주목해야 할 배우다. 이 밖에 설경구가 나로 우주센터 전임 센터장인 ‘김재국’으로, 김희애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인 ‘윤문영’으로 출연해 영화의 흐름을 뒷받침한다.
대중의 코드에 부합해온 김 감독의 이야기 방식은 이번에도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김 감독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감독판’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영화에서 설명이 부족한 인물들 간의 관계를 더 드러내는 방향으로 최소 20분이 추가될 것이라고 한다. 제작비 286억원이 들어간 영화의 손익 분기 기준 관객은 약 640만명이다.
더문은 김용화식 VFX 기술과 이야기의 혼합체다. 그의 대중적 코드가 이번에도 흥행 신화를 일궈낼지 주목된다. CJENM 제공
개봉을 앞둔 ‘더 문’의 흥행에는 영화 자체에 대한 대중의 평가와 함께 경쟁작 변수가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극장가 여름 대목 ‘빅4’ 중 하나로 꼽힌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지난달 26일 개봉했고, 2일엔 ‘더 문’과 함께 김성훈 감독 연출, 하정우·주지훈 주연의 ‘비공식작전’이 개봉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이 늦지만, 역시 상영관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까지 ‘밀수’의 누적관객은 197만8000명이고, 1일 200만명을 돌파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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