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찍어내며 적자 기업 M&A 나선 엔켐...투자자들은 우려

연선옥 기자 2023. 8. 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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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해액을 만드는 엔켐이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한 이후 인수 합병을 추진하고 나섰다.

엔켐은 김유신 티디엘 대표가 가진 지분을 전부 인수함으로써 전해질 소재 기술을 확보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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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 올해만 2000억원 가까운 규모 CB 발행
티디엘 인수 결정… 회계법인은 “기업 존속 불확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해액을 만드는 엔켐이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한 이후 인수 합병을 추진하고 나섰다. 2차전지 관련 업체인 비상장사 티디엘의 지분 55%를 약 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배터리 사업을 확대하는 결정이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여러 차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2차전지 업체라고는 하지만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업체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켐은 지난달 31일 티디엘의 주식 423만여주(지분 54.56%)를 약 198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엔켐은 김유신 티디엘 대표가 가진 지분을 전부 인수함으로써 전해질 소재 기술을 확보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엔켐의 투자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장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CB를 찍어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수 기업인 티디엘의 사업 불확실성도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엔켐 공장 모습./엔켐 제공

엔켐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CB 발행을 결정했다. 미국 법인에 추가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데, 엔켐은 2021년 미국 조지아주에 첫 생산공장을 건설했고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테네시 등에도 추가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엔켐이 세 차례 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915억원에 이른다. 해당 물량은 대부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에게 배정됐다. 증설을 위한 투자에 사용되는 자금인 만큼 향후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1년 뒤 전환 청구 기간이 도래했을 때 지금보다 주가가 오른다면 주식으로 전환된 물량이 대거 시장에 나올 수 있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크다.

이런 분석은 주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엔켐 주가는 상장 직후 공모가(4만2000원)의 세 배 수준으로 뛰어올랐지만, 이후 하락하면서 지난해 7월에는 4만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2차전지 업종이 강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10만원 부근까지 회복됐지만 현재는 7만원 수준으로 다시 하락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엔켐이 인수한 티디엘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티디엘은 전고체 전지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인데, 아직 재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나온 티디엘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회사는 2021년 230억원 가까운 순손실이 발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39억원 초과하고 있는 데다 누적 결손금도 282억원에 이른다”며 “계속기업으로서 회사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일회계법인은 “회사는 정상적인 영업 활동과 유동차입금의 만기 연장, 전환상환우선주 등 투자 유치를 통한 추가 자금 확보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 영업 활동으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엔켐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켐의 전해액 생산 능력은 2022년 기준 9만5000t이지만, 헝가리, 중국, 미국 공장 증설을 통해 올해 29만5000t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하반기 조지아 공장 실적이 반영되면서 외형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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