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짧은데 왜 1표?”…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정치권 ‘노인비하’ [이슈+]
정동영 “60세 이상은 투표 않고 집에서 쉬어도”
김용민 “엘리베이터 없애면 (노인)시청 오지 않을 것”
청년투표 독려하는 야당, 노인층 비교하다 보니 실언
“이번이 기회다” 노인층 집결 위해 정쟁화 삼는 여당
“미래가 짧은 분들인데 왜 똑같이 1 대 1 표결을 하느냐.”(7월30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해 노인 비하 논란에 휘말렸다. 뒤늦게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막말 참사”라고 비판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가만있는 게 당을 돕는 일”이란 쓴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1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2030세대 청년 좌담회’에서 “스물두 살 둘째 아들이 중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일 때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라고 질문했다”며 “자기(아들)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여명(남은 수명)에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 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입장문을 내고 “김 위원장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한 발언을 왜곡해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구태적인 프레임”이라고 밝혔다. 즉 아들이 보기에 여명에 비례한 투표가 합리적이었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란 것이다.
하지만 자당의 초선 의원들을 학력저하가 심한 학생들에 비유해 논란이 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또다시 실언으로 논란이 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6월20일에도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겪은 학생들은 그 전에 가르쳤던 학생과 차이가 심각할 정도로 학력 저하가 심각했다. 민주당 초선이 코로나 때 딱 그 초선들”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됐다.
당 안팎에 산재한 사법리스크와 이재명 대표의 10월 사퇴설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이같은 김 위원장의 실언이 달갑지 않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아들이 설사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곤 해도 혁신위원장 입에서 나갈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내년 총선을 승리하는데 일조해야 하는 혁신위 수장이 오히려 표만 깎아 먹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노인비하 발언으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청년세대의 투표율이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야당으로서는 투표독려를 하기 위해 투표율이 높은 노인층과의 비교가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실언이 나온다. 여당의 입장에선 야당의 이런 실언을 정쟁화 삼아 노인층의 지지율을 결집해야 하기 때문에 노인층 비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2004년 3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며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라고 말해 노인층의 격한 반발을 샀다. 그는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 얘기”라며 해명했지만, 대한노인회의 정계 은퇴 요구 시위로 결국 비례대표 후보에서도 사퇴했다.
하 의원은 논란이 일자 “비단 정치권에만 해당하는 얘기”라며 “물론 저 역시 해당 사항”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하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결국 하 의원이 손 대표를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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