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사람 잡는다…40도부터 심박수 오르고 50도엔 뇌·장기 온도 올라 위험

김명지 기자 2023. 8.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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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40~50도 도달하면 정상 활동 어려워
땀 흘려도 체온을 못 내리는 임계값
습도 높으면 발한 매커니즘 작동 안 해
영국 로햄튼대학 루이스 할시 교수팀은 폭염과 인간 건강의 상관관계를 실험했다./영국 로햄튼대 제공

기온이 40도 수준으로 오르면 인체 활동이 어려워지고, 50도까지 오르면 사망률이 크게 오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온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높은 기온에 습도마저 높아지면 땀을 흘리는 발한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인체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로햄튼대 루이스 할시(Lewis Halsey) 생명건강과학 교수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 연례 실험생물학학회 콘퍼런스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 2021년 폭염과 인체 활동과 관련한 첫 실험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엔 심장 활동에 초점을 맞춘 두번째 결과를 공유했다. 앞선 2년 전 실험에서 연구팀은 60세 미만의 성인 13명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온도와 습도에서 한 시간 동안 노출시킨 후 대사율, 심부 체온, 혈압, 심박수 및 호흡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사람의 몸은 기온이 40도가 되면 신진대사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섭씨 40도, 습도는 25%에서 참가자의 신진대사율은 평균 35% 증가했지만, 심부체온은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기온을 50도까지 올리고, 습도 50%로 유지하자 심부체온이 평균 1도 상승했다. 신진대사율도 56%, 심박수는 64% 증가했다. 비교군으로 28도에 습도 50%인 대상자는 신진대사율과 심부체온이 편안하게 유지됐다.

할시 교수는 “우리 몸이 어느 정도의 열에는 상당히 잘 적응하지만, 기온이 50도까지 오르면 땀으로도 몸을 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은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쓴다. 기온이 오르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는데, 호흡이 빨라지고 땀이 흐르는 것이 이 때문이다. 문제는 기온이 40~50도까지 올라 몸에 과부하가 걸린 경우다. 우리 몸이 땀과 호흡만으로 열을 더 이상 내리지 못하면, 심부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메스꺼움, 현기증, 두통을 느끼고, 심한 경우 실신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60세 미만 성인 24명을 대상으로 섭씨 50도의 환경에서 한 시간 동안 노출시킨 후 심장 초음파를 활용해 심장 활동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의 심박수가 남성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여성의 몸이 열을 내리는 데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할시 교수는 “땀을 흘리는 것은 인체의 놀라운 능력이다”라며 “하지만 습도가 올라가면 땀이 피부에 남아있기 때문에 발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피부에 쌓이면서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습도가 높은 환경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단 뜻이다. 할시 교수는 “참가자들이 섭씨 50도, 습도 50%의 환경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면 심부온도(심장, 뇌 등 사람의 장기 온도)가 계속 오르면서 숨을 거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김 놀튼(Kim Knowlton) 건강학과 교수는 할시 교수팀의 연구가 폭염의 치명성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놀튼 교수는 “심장병이나 당뇨병, 폐질환이 있는 환자, 고령층 임산부 신생아들은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며 “폭염에 현기증이 나거나 몸에 이상을 느끼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평균 702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한다. 다만 조지테크 생물학과 마이클 서카(Michael Sawka) 교수는 “무더위가 사람들의 신진대사율이 높인다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카 교수의 말대로 40도의 더위에 적응한 후 운동하면 신진대사율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서카 교수는 “참가자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불안감을 느껴 대사율이 증가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장마가 물러간 이후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한낮 체감 기온은 전국 대부분 36도를 웃돌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덮쳤던 지난 2018년 국내 최고 기온은 강원도 홍천에서 41도( 기록했고, 서울은 39.6도까지 올랐다. 폭염은 이번 주를 지나 다음 주까지도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북상 중인 6호 태풍이 열기를 한반도 쪽으로 밀어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폭염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이달 4일은 지구상에서 가장 무더운 날로 기록됐다.

참고 자료

Society for Experimental Biology(2023), https://www.eurekalert.org/news-releases/992909

Physiological Reports(2021), DOI: https://doi.org/10.14814/phy2.1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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