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극진했던 중·러 대접…사라졌던 ‘모란봉 악단’도 소환
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이었던 지난달 27일, 북한에서는 '전승절'로 기념하는 이 날은 안보 협력을 강화해 가는 한·미·일에 맞서, 북·중·러의 끈끈함을 과시하는 장이었습니다.
전승절 기념공연부터 양국 대표단을 위한 연회까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극진히 대접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전승절을 계기로 한 북·중·러 연대의 순간들을 되짚어봅니다.
■심야의 '전승절' 기념공연…중국·러시아 노래도
시작은 전승절 당일이던 27일 0시부터 시작된 '전승절' 기념공연이었습니다. 평양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당시 공연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 중·러 대표단이 초청됐습니다.
이 공연은 매년 전승절을 기념해서 열리는 행사 중 하나로, 공훈국가합창단, 국무위원회연주단, 왕재산예술단 등 중요 예술 단체와 사회 및 군대의 예술단체, 예술교육기관의 예술인과 학생들이 출연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배려해, 중국과 러시아의 노래들을 같이 포함해 공연을 구성한 부분이었습니다. 중국 노래 연곡으로 '중국 인민지원군 전가' 등 4곡이, 러시아 노래 연곡으로는 '로씨아여 앞으로' 등 4곡이 연주되는 등 이례적으로 총 8곡의 중국·러시아 노래가 연주됐습니다.
■'모란봉'의 귀환…러시아 노래 독창한 김옥주
이번 공연에서 또 하나 눈에 띈 부분은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 출신 가수들의 활약입니다.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은 각각 2012년과 2015년에 창단된, 김정은 정권의 이른바 '음악 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악단입니다. 하지만 2019년 이 두 악단의 일부 단원들이 삼지연관현악단으로 재편되고,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은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아 해체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요.
그런데 이번 전승절 기념공연에서 중국 노래 연곡을 공연할 때, 모란봉악단 출신의 김유경이 독창을 맡고, 박미경과 정수향, 조국향이 중창으로 공연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를 두고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모란봉악단은 지난 2015년과 2019년 중국 공연을 계획했다가 무산된 전례가 있고, 과거에도 '중국 인민지원군 전가' 등 중국 노래 연주한 경험이 많다"며 "이번 공연에서 중국 노래 연곡을 연주하는 대표 가수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노동신문에서 이번 공연 소식을 전하며, 모란봉악단을 중요 예술 단체로 포함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또 모란봉악단은 총 17명의 연주자로 구성되는 만큼, 악단의 공식 복귀 무대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러시아 노래 연곡 공연 때는, 현존하는 북한 최고의 가수로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김옥주가 독창했습니다.
김옥주는 청봉악단과 모란봉악단을 모두 거친 가수로, 이중 청봉악단은 러시아 해외 공연을 다녀올 만큼 러시아 노래에 익숙한 악단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러시아 노래 연곡을 부를 때 김옥주 등 청봉악단 출신 가수들이 무대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백마 조각상에 캐비어…무기 거래 논의?
북한의 환대는 연회 자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특히 러시아를 향한 환대가 두드러졌습니다.
전승절 전날인 지난달 26일, 북한 국방성은 쇼이구 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대표단을 위한 연회를 열었는데, 당시 보도된 사진을 보면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파란색, 하얀색으로 구성된 천 장식으로 테이블이 덮여 있습니다.
또 천 장식 가운데는 백마 조각상도 놓여 있는데, 이 백마는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 권위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는데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9년에 부인 리설주,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백두산으로 이른바 '군마 행군'에 나설 때 백마를 탔는데 이때 탄 말이 러시아 품종인 '오를로프 트로터'였습니다.
그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참여해 러시아 대표단에 대한 연회를 벌였는데, 연회장에는 2019년 4월 김 위원장과 루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 장면이 담긴 사진이 걸렸습니다.
또 연회 장면 사진에는, 쇼이구 장관 앞에는 철갑상어 알(캐비어) 등 최고급 요리가 차려져 있고 테이블 곳곳에는 '크레이피쉬(crayfish, 민물가재)'로 요리한 고급 요리들이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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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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