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안하고 배신감 들어"…철근 누락 아파트 입주자들 '충격'
LH "당수지구 이미 5월 보강 완료…세교2지구는 29일까지 완료 예정"
(수원·오산=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 "설마 무너지진 않겠지만, 불안하죠."
1일 오후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당수지구의 한 아파트.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된 이곳은 곳곳에서 이삿짐 차량이 오가며 이사가 한창이었다.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 속에 입주한 주민들은 전날 국토부가 발표한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에 이 아파트가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단지 내 놀이터에서 만난 입주자 A씨는 "입주민 단톡방은 지금 혼란 그 자체"라며 "모두 패닉에 빠진 듯 '충격적이다', '배신감마저 든다'는 말을 되풀이한다"고 전했다.
그는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받아서 입주했는데 불안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며 "아직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얘기는 없지만 균열 같은 게 보이면 서로 알려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사무소를 둔 공인중개사 B씨는 "아침부터 철근 빠진 아파트가 어디인지, 입주는 예정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 C씨는 "불안하긴 하지만 설마 무너지진 않겠죠"라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다잡는 모습이었다.
혼란스러운 건 관리사무소도 마찬가지였다.
관리사무소 측은 철근 누락과 관련해 시공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 설명해 드릴 입장이 없다"면서도 "다만 우리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 기둥 325개 중 단 9개에서 철근이 빠졌고, 이에 대한 보강 공사도 5월 31일 자로 모두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연합뉴스에 제공한 세부 자료를 보면 이 아파트는 전체 기둥 526개 중 무량판 구조 기둥이 325개이다. 이 가운데 9개 기둥에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LH 측은 지난 5월 이 기둥 9개에 대한 보강 공사를 모두 마친 상태다.
같은 시각 오산시 세교2지구 A6 블록에 있는 767세대 규모의 임대 아파트에서는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기둥 보강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는 외부와 통하는 연결로 부분이 성인 허리 높이의 안전 그물망으로 막혀 있어 여전히 공사 중임을 짐작게 했다.
아직 입주 전이다 보니 주변에 오가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니 곳곳에서 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어떤 곳은 기존 기둥에 철근 보강이 완료됐고, 또 어떤 곳은 철골 기둥이 추가로 설치될 자리가 표시된 상태였다.
혹여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 듯 지하 주차장 곳곳에는 임시 보강 구조물(잭서포트)이 설치돼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보강 공사가 끝나면 임시 구조물은 모두 제거된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전체 기둥은 231개로, 이 중 무량판 구조 기둥 90개 가운데 75개에서 철근 누락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LH 측은 기둥 11개는 철재로 보완하고, 46개는 철골 기둥을 신설하는 한편, 18개는 두 가지 보강 작업을 병행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현장 관계자는 "일부 구역은 기존 기둥에 철골을 보강하고, 일부 구역은 아예 새 철골 기둥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보강 공사를 하고 있다"며 "입주 이틀 전인 이달 29일이면 보강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당수지구 소재 아파트는 지난 5월 보강 공사가 완료됐으나 입대의 측으로부터 상황 설명을 요청하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어 공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의 합리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며 "오산 세교2지구의 경우 입주 전까지 입주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전날 파주 운정(A34 임대), 남양주 별내(A25 분양), 아산 탕정(2-A14 임대) 등 철근을 빠뜨린 LH 아파트 15개 단지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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