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환자 돌보던 '빅5' 병원 의사, 자택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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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환자를 돌보던 상급종합병원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자택에서 사망했다.
노재성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노동부회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가운데 의사나 의료진들은 정신과를 더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적 편견에 더해 환자를 안심시켜야 하는 의료진들은 자신의 힘든 상황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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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환자를 돌보던 상급종합병원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자택에서 사망했다. 평소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며 피로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져 의료계에서 안타까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의료진 정신건강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많은 업무량에 노출된 의료진은 만성적인 업무스트레스로 피로감을 겪기 쉽지만 의료종사자라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제때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명 '빅5'라 불리는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한 교수가 전날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교수는 전날까지 평소처럼 진료를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동료 의료진은 "힘든 수술에도 열정적으로 임하셨고 당장 다음달 진료일정도 꽉 차있을 만큼 환자들의 신뢰가 두터운 분이었다"고 말했다.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다. 2022년 대학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 343명과 일반 직장인 2만4920명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의사의 '번아웃' 비율은 21.4%로 동년배 직장인(14.6%)과 비교했을 때 크게 높았다. 우울증 의심군 비율 또한 의사(9%)가 일반 직장인(6%)보다 다소 높았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 증후군을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 판단했다. 번아웃을 겪기 쉬운 의료진의 원활한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선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7.2%로 미국과 캐나다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문턱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노재성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노동부회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가운데 의사나 의료진들은 정신과를 더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적 편견에 더해 환자를 안심시켜야 하는 의료진들은 자신의 힘든 상황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원이란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정신건강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동료들이 나의 진료기록을 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의료진의 정신과 이용률을 낮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밖에도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병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일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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