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몽니`...뤼순감옥 박물관 안중근 전시실 폐쇄
폐쇄 시점 尹대통령 "대만 현상 변경 반대" 발언 때와 맞물려
흔히 중국엔 '큰나라', '대륙'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요즘 중국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큰나라'는 커녕 '소국'보다도 못한 좁쌀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이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일아감옥구지(旅順日俄監獄舊址) 박물관'(뤼순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의사 전시실을 이유없이 폐쇄한 것도 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1일 뤼순감옥 박물관과 다롄 교민들에 따르면 이 박물관 내 '국제전사 전시실'은 보수 공사를 이유로 폐쇄된 상태다. 이 박물관 내 10여 개 전시실 가운데 다른 전시실들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안 의사가 수감됐던 독방 전시실과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는 국제전사 전시실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자물쇠로 채워져 출입이 금지됐다.
국제전사 전시실에는 안 의사 흉상과 옥중 글씨, 단재 신채호·우당 이회영 선생 등 뤼순감옥에 수감됐다가 순국한 독립운동가 11명의 활약상을 알리는 사료를 전시해왔다.
이 전시실은 2009년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등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 설치했으며 '안중근 전시실'로 불린다. 안 의사 독방 전시실은 이 박물관 개방 때부터 창문 밖에서만 볼 수 있을 뿐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었으나 안중근 전시실은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일반인 관람이 허용되다 현충일(6월 6일) 때는 폐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 기간이 적어도 두 달 이상 됐다는 얘기다.
뤼순 박물관 측은 안중근 전시실 폐쇄 이유에 대해 시설 보수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시설 정비나 보수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방문객들이 전했다.
이 박물관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도 차단된 상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청사 보수로 인해 잠시 인터넷 전용선이 끊겨 홈페이지가 일시 닫혔다"며 "양해를 부탁한다"는 안내문만 뜬다.
다만 이 박물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한 관람 예약은 가능하다.
박물관 관계자는 "국제전사 전시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며 "국제전사 전시실은 수리 중이라 폐쇄됐으며 재개관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이 실제 시설 전반을 순차적으로 보수하거나, 전시 내용을 중국의 입맛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하기 위해 안중근 전시실을 폐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한·중 관계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중근 전시실 폐쇄 시점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앞둔 지난 4월 말 "대만해협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부(國父)' 쑨원과 저우언라이 전 총리 등 중국의 저명인사들이 추모 글을 남기는 등 중국인들도 안 의사의 기개를 높이 평가해왔다.
중국 당국은 안 의사 순국 100주기였던 2010년 3월 26일 안중근 기념관에서 추모 행사를 열도록 공식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대표단과 동북아역사재단 학자들로 구성된 추모단이 이곳에서 추모식을 거행했다.
또 안 의사 순국 105주기였던 2015년 3월 26일에는 국가보훈처가 주최하고 한중친선협회와 다롄 한인회가 공동 주관해 첫 한국 정부 행사로 추모식이 열리기도 했다.
뤼순감옥은 1902년 다롄을 점령한 러시아가 건립한 감옥시설을 1907년 일제가 확장해 '관동도독부 감옥서'로 사용한 뒤 '관동형무소', '뤼순형무소' 등으로 개명하며 1945년 일제 패망 때까지 사용했다.
안 의사는 물론 신채호, 이회영 등 11명의 한국 독립투사가 이곳에서 고초를 겪다 생을 마감했다.
중국 국무원은 1988년 뤼순감옥을 국가 중점 문물 보호단위로 고시했고, 2005년 공산당 선전부가 '국가 애국주의 교육시범기지'로 명명하고 2008년 자국인들게 개방했다 2009년 '국가급 국방교육 시범기지'로 전환하면서 외국인 관람도 허용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에서 일제 침략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체포돼 뤼순감옥에 수감됐다 일제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1910년 3월 26일 순국했다.
남북한 공동 발굴단이 2008년 안 의사 유해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뤼순감옥 부근 일대에서 발굴 작업을 벌였으나 안 의사 유해를 찾지 못했다.
황기철 전 보훈처장과 김월배 하얼빈이공대 교수 등 한·중 민간인들이 지난 5월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해 '안중근 의사 찾기 한·중 민간 상설위원회' 결성 등을 위해 뤼순감옥 박물관을 방문했다. 그러나 현지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유해 발굴 재추진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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