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유력 야당 해산 명령…서아프리카 민주주의 보루 무너지나
야권 지지자 대규모 시위…2명 사망 등 혼란
세네갈 당국이 유력 야당 대표를 내란 선동 혐의로 기소하고 정당 해산을 명령했다. 최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니제르를 비롯해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등 극심한 혼란을 겪는 서아프리카에서 세네갈은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내년 2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야권이 정면으로 충돌하자 서아프리카의 민주주의 보루가 무너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FP통신 등 외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세네갈 검찰이 유력 야당인 파스테프의 우스만 손코 대표를 내란 선동과 공공질서 훼손, 절도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손코 대표는 지난 6월 이미 성폭행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자택 연금된 상태였다.
당시 파스테프 지지자들은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이 정적인 손코 대표의 내년 2월 대통령선거 출마를 막기 위해 누명을 뒤집어씌웠다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세네갈 경찰은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16명이 사망했다. 파스테프는 이보다 많은 3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세네갈 검찰은 “손코 대표가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며 “테러리스트 조직과 연합해 국가 안보를 저해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여기에 검찰은 지난달 28일 손코 대표가 자신을 감시하던 경찰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행위까지 문제 삼았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손코 대표가 또다시 기소되자 거리로 뛰쳐나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금까지 2명이 사망했다. 이에 세네갈 내무부는 “파스테프가 지지자들을 부추겨 봉기를 일으켰다”며 정당 해산을 명령했다. 내무부는 “격렬한 시위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며 “이는 공공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세네갈 통신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혐오스러운 메시지가 유통되고 있다”며 “오늘부터 인터넷 접속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통신부는 지난달에도 시위가 시작되자 일주일 동안 인터넷 접속을 막은 바 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가 운영하는 세네갈 전역의 주유소가 1일부터 72시간 동안 영업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손코 대표는 SNS에 검찰의 기소와 정당 해산과 관련해 “세네갈 국민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지난달 3연임을 포기하고 내년 2월 예정된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해 주목받았다. 당시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독재와 쿠데타로 민주주의 위기를 맞은 서아프리카에서 살 대통령이 모범을 보였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일각에선 손코 대표 징역형으로 세네갈 건국 이후 가장 격렬한 시위가 펼쳐지자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전략적 후퇴를 한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알자지라는 “1960년 세네갈이 프랑스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이후 정당이 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고, 프랑스24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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