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뛰는 규제 위에 나는 학원비…교습비 기준도 유명무실 [사교육 심층진단 4편]
[EBS 뉴스12]
학원비를 올리는 구조적 문제, 또 있습니다.
교육청들은 지나친 학원비 인상을 막기 위해 교습단가를 정해놓고 있는데요.
그런데, EBS 취재 결과, 최근 5년 동안 서울지역에서, 이보다 교습비를 더 받겠다는 요청이 4천 건이 넘게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요청 대부분이 별다른 제재 없이 승인됐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가 뭔지, 금창호 기자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목동의 한 학원이 홈페이지에 안내한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특강 프로그램입니다.
3주 동안 3번, 모두 9시간 수업을 하는데 교재비를 포함한 학원비가 22만 원입니다.
1분당 금액을 따져보면 약 362원을 받습니다.
관할 교육지원청이 정한 교습비 조정기준 금액의 약 1.6배 수준입니다.
하지만 제재 대상이 아닙니다.
학원비를 올리겠다는 요청을 교육지원청이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인상을 요청한 교육과정 33개 가운데 20건이 승인됐는데, 이 가운데 80%는 학원이 제시한 금액이 그대로 수용됐습니다.
지난 2012년 개정된 학원법에 따라, 교육지원청들은 '교습비 조정기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목과 수업 내용 등을 고려해 분당 교습비 단가를 정해놓는 겁니다.
학원에서 그 이상을 받으려면 교육청 심의를 요청해야 합니다.
EBS 취재 결과, 지난 2019년 이후 5년간 서울지역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학원비 인상 요청은 4천2백여 건.
그런데 승인된 비율이 76%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61%는 인상안이 일부 조정됐지만, 나머지 39%는 학원이 요청한 금액이 그대로 수용됐습니다.
교습비 조정기준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조정을 결정하는 위원회는 교육청과 학부모, 학원 관계자 등 최대 11명으로 구성되는데, 학원 측의 인상 논리를 따져볼 만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신소영 前 교습비조정위원회 위원,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계사분들이 자료를 준비해 오실 때, 상한가보다 훨씬 더 높은 학원비를 책정해야 하는 이유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들고 오시는 것이죠. (학원비 관련) 소송이 진행이 됐을 때 교육지원청이 다 패소하는 경우들이 누적되다 보니까 웬만하면 사실은 큰 갈등 없이 이런 것들(학원비 인상안)이 수용되는…."
심의 과정도 부실 우려가 있습니다.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선 최근 5년 동안 접수된 학원비 인상 요청이 2천5백여 건에 이릅니다.
하지만, 회의를 열어 심의한 횟수는 8번에 그쳤습니다.
인터뷰: 강민정 국회의원 / 더불어민주당
"이번에 자료를 보니까 강남 서초 쪽이 올해만 640건이 넘는 사교육 조정 신청이 들어왔는데 이 조정위원회 한 번밖에 안 한 거예요. 그러니까 사실은 단 한 번의 회의에서 600건이 넘는 사교육비를 심의하고 뭔가 결정을 내린다는 거가 제가 볼 때는 얼마나 부실하게 될 수밖에 없는가."
교습비 인상 요청 가운데 82%는 강남 서초와 강서 양천교육청에 몰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액 사교육의 밀집지로 꼽히는 대치동과 목동이 속한 곳입니다.
학원비를 억제하기 위한 교습비 조정기준이 오히려 학원비를 끌어올리는 명분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윱니다.
EBS 뉴스 금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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