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 추진…‘화해 종용’ 이어 ‘한-일 준동맹’으로

이본영 2023. 8. 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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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 나라 정상간 만남을 정례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정례화가 확정되면 3개국 정상회의는 중국 견제에 대한 협력 등 세 나라의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 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정부는 3자 정상회의 정례화를 실무급 차원에서 논의하면서 정상들의 승인을 받아 확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세 나라의 정상회의는 다자 정상회의가 열리면 이를 계기로 필요할 때마다 열려왔다. 다른 계기 없이 3개국 정상회의만을 위해 정상들이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의가 정례화되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처럼 세 나라가 번갈아 의장국을 맡아 행사를 개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는 미국이 중국 견제 강화 등 세계 전략 차원에서 한-일 ‘화해’를 종용해온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9일 메인주 프리포트에서 열린 선거운동 행사에서 이번 정상회의 일정을 소개하면서 “난 일본과 한국 지도자를 (캠프데이비드에) 데려갈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2차대전 이후 (최근) 화해를 했다. 이는 근본적 변화(fundamental change)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한 말을 소개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가 성공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미·일 정상회의를 언급했다.

회의가 정례화되면 대중·대북 문제 등에서 3국의 협의와 협력이 더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다자 정상회의의 부수적 행사로서 짧게 만날 때보다 밀도 있는 논의를 하고, 3국 정상들 차원의 중요한 합의나 선언을 도출하기도 쉬워진다. 한국으로서는 미·일을 각각 상대할 때보다 미국 또는 미·일의 의도에 끌려가는 구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등 한·미·일 정상들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났을 때 “3국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이 문제에 대해 잘 아는 네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한·일이 공격을 받을 경우 다른 나라들(한국은 미·일, 일본은 한·미)과 협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기 원한다고 보도했다. 또 3개국 간 정상급 ‘핫라인’ 개설과 △연합훈련 △사이버 안보 △미사일방어(MD) △경제 안보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일 관계가 사실상 ‘준동맹’으로 근본적 변화를 겪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의 의미를 규정하며 기대를 나타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8일 정상회의 개최를 발표하면서 “3국 정상들은 인도·태평양 전반 및 그 너머와 관련한 협력 확대를 논의할 것”이라며 “세계적·지역적 안보에 대한 도전 해결,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촉진, 경제적 번영 강화라는 공통의 비전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 등으로 세 나라의 밀착이 강화되면 그 반대편에 있는 북한-중국-러시아의 밀착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70돌을 맞아 연 ‘전승절’ 기념 행사엔 중국과 러시아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해 결속력을 과시했다.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가 추진되는 것은 2008년 연례적 개최를 약속한 한·중·일 정상회의가 2019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것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 회의가 중단된 배경엔 코로나19 대유행과 한-일 역사 갈등이 작용했다. 현재 순회 의장국인 한국은 연내 개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정이 순조롭게 잡힐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편,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31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최초로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지 않고 단독으로 개최되는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의 배경에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의 주도적 노력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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