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에도 사모펀드 불법 여전

이윤희 2023. 8. 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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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관체(통로 역할)를 이용한 대주주 편익 제고. [금감원 제공]

시공사 부실로 공사가 중단됐으나 이를 투자자들에게 숨기고, 현장 실사 요청에 엉뚱한 정상 사업장에 데려간 사모운용사가 적발됐다. 펀드 자금을 가족법인에 몰래 보내거나, 해외주식 상장폐지로 인한 수백억원 상당의 손실을 감춘 운용사들도 함께 발견됐다.

9곳은 최소한의 운용업 등록 유지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무늬만 운용사'로 나타났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가 터진지 4년이 지났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불법·부정 행위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일 사모운용사 전수검사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투자자 기망, 도관체(통로 역할)를 이용한 대주주 편익 제공 등 다양한 위법·부당 행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위법행위로 투자자 피해를 유발하는 운용사와 임직원을 시장에서 퇴출하고, 법규 위반은 즉시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A운용사는 투자 대상 사업장의 공사가 시공사 부실로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알고서도 공사가 정상 진행되고 있다고 자산운용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했다. 해당 대체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가 정상 운용되고 있다고 착각해 다른 대체 펀드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A운용사는 일부 기관투자자의 요청으로 실시한 현장 실사에서도 부실 사업장과 무관한 정상 사업장에 데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체펀드가 투자한 사업장은 16곳이나 이곳 한 곳만 공사가 정상 진행중이었다.

B 운용사는 대주주인 가족 법인이 자금난에 처하자 도관체를 통해 특수관계자에게 펀드 자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고객 재산을 사유화했다. 운용 중인 특별자산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특별자산 펀드 간 '자금 돌려막기'를 통해 부실을 은폐하기도 했다.

B 운용사는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다고 알린 뒤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기도 했다. 과거 1조원대 환매중단을 일으킨 옵티머스 펀드도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 알렸지만 사모사채 등에 투자했다. 이 운용사는 거짓 기재된 문서를 이용해서 한 재단으로부터 200억원을 유치한 뒤 이 자금 일부를 기존 특별자산 펀드가 편입한 부실 사모사채 상환에 쓰다가 환매 중단 사태를 빚었다.

최소한의 가격도 갖추지 못한 '수준 미달' 운용사가 손실을 은폐한 사례도 있다.

C 운용사는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등록 유지 요건인 최저 자기자본(7억원) 수준에도 미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200억원 규모로 투자한 해외주식이 상장 폐지돼 6개 펀드에서 평가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자산운용보고서로 투자 손실을 은폐했다.

D 운용사는 펀드 또는 고유재산에서 부동산 사업 관련 대출을 취급하면서 법정 최고이자율(20%) 제한을 위반했다. 부동산 개발회사에 최고 166.7%의 고리 대출을 중개한 뒤 중개 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 이 운용사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일반법인·개인 간 대출을 중개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사건들이 발생했다"며 "대부분은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법인 등"이라고 설명했다.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2020년 말 기준 252개사이던 사모운용사는 지난 6월 기준 376곳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사모펀드 수탁고는 438조4000억원에서 577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사모운용사 156개사가 신규진출했으나 퇴출(자진폐지, 등록취소 등)된 운용사는 4개사에 불과하다. 퇴출 운용사가 적은 건 펀드 이관 등 투자자 보호 절차 등으로 인해 부적격 사모운용사가 적시에 시장에서 퇴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9곳이 최저 자기자본 유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에도, 투자 수탁고가 남아 있어 펀드 이관 등 투자자 보호 절차로 퇴출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금감원은 조직적인 고객 이익 훼손 행위나 횡령 등 펀드 재산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즉시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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