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교수, 숨진 서이초 교사에 “직업 잘못 택한 것일 수도”…논란 일자 “SNS 접겠다”

이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SNS서 “자살·교권 훼손이 인과관계 있는 일인가. 교사 자살 원인이 교권 붕괴 탓인가 의문 든다"며 '호들갑'이라 지적
"개인적 사안일 수도 있는데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로 인과관계 무시해 단정. 학생·학부모를 살인자로 모는 것과 같아” 주장도
전국초등교사노조 “2차 가해… 인권 지켜달란 건데 문제 과소평가” 반박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배경으로 일각에서 학부모 갑질 등의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 교수가 “잘못된 직업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칫 학생과 학부모에 2차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우려 섞인 지적을 한 것인데, 교원 단체들은 “2차 가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살과 교권의 훼손이 정말 인과관계가 있는 일인가”라며 “교사가 자살한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교권의 붕괴 탓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무도한 태도가 원인이고 이것이 사회적 문제라면 우리는 교사의 자살이 다른 직종보다 높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교사는 더 자살을 많이 하는 위험 직종이라면 이 호들갑이 이해가 된다”고 비꼬았다.

이어 “직종과 상관없이 사람은 어떤 심리 상태에 이르면 자살이라는 예외적인 선택을 한다”며 “이 사례가 그런 다른 사례와 다른 경우라는 증거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한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사안일 수도 있는데 바로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로 단정하기 때문”이라며 “인과관계를 무시한 피해자 단정은 만약 그것이 원인이 아니라면 우리는 근거도 없이 어느 학생과 그 학부모를 살인자 또는 타인을 자살을 하게 만든 무서운 사람으로 모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만약 그 학생과 학부모와 갈등이 평상의 범주 내였다면, 교사에게 항의를 했을 학생과 학부모가 억울하게 겪을 정신적 트라우마와 죄의식을 갖고 살게 만드는 가해를 우리가 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은 고려하고 있느냐”고도 했다.

나아가 “교사가 전문직인 것은 해당 교과 과목의 지식의 전문가라는 뜻만은 아니다”라며 “교육자는 피교육자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교육은 교과 과정뿐만 아니라 교실에 대한 장악과 피교육자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이해와 지도 능력이 포함돼 있다고 우리는 가정해야 한다”며 “그 직무 범위는 때로는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학부모를 상대하는 일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연합뉴스

 
더불어 “이런 이해와 준비가 없이 교사가 되었고,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늘 감사하고 천사처럼 구는 직업으로 알고, 자신이 갈등을 감내하는 힘이 얼마인지 모르고 교사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직업을 잘못 선택한 불행한 한 젊은이의 좌절일 수도 있다”며 “즉 교육도 사람을 다루는 감정 노동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선생님은 모두 존경받는다는 환상 속에 마음이 여린 분이 직업을 잘못 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다만 “단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나의 불행한 죽음을 인과관계 검증 없이 마치 ‘사회적 문제’라고 단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도에 따르면 자진(自盡)한 교사는 특정 학생이나 학부모의 문제로 죽는다는 억울함을 호소한 유언을 남긴 것이 없다고 하는데, 왜 이런 위험한 단정을 하느냐”며 “특정 직업군에만 적용되는 정의되지 않는 권리와 권한을 뜻하는 특히 봉건적 권위주의의 가치관을 함의하는 교권이라는 특별한 권리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지만, 나의 이견의 핵심은 (교사의 사망 이유가 교권 붕괴라는 주장은) 인과관계가 배제된 주장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는 사회 구성원이 모두 나약한 존재로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건 사고마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모두 지켜줄 수 있는 것처럼 환상에 빠지는 일이 올바른 일은 아니다”라며 “그리고 인과관계도 없는 원인을 지목하고 단죄하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교사의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 제공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후 거리에서 교권 강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교육계는 2차 가해의 소지가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물론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은 맞지만, 해당 교수의 발언은 교사들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하나만 알고 열은 알려 하지 않는 발언”이라며 “우리는 감정 조절에 실패한 학부모를 상대하기 위해 교사가 된 게 아니다.  학생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권을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우리의 거리 투쟁은 소수의 교사들, 특정 단체의 선동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나도 죽을 것 같다’는 공감대 아래 평범한 교사 하나하나가 모인 건데, 현재 교육계 문제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후 논란이 커지자 “죄송하다”며 “SNS를 접겠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24)씨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교육계에서는 A씨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망 경위를 제대로 규명해달라는 요구가 나오자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경찰도 관련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찰은 이날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학생 다툼 문제로 접촉한 학부모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연필 사건’이 발생한 12일부터 고인이 사망한 18일까지 A씨와 학부모 사이에 통화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유족의 동의를 받아 공개한 A씨 일기장에는 학급 내 업무 및 학생 문제로 A씨가 힘들어 한 정황이 담겼다. 일기에는 “가족들과 있는데도 크게 텐션이 안 오르고 말수도 적고 그랬다. 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학생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