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 이성열 "시선에 상처받던 20대...30대엔 인피니트처럼 무한대로" [인터뷰 종합]
[OSEN=연휘선 기자] 인피니트 멤버이자 배우로 돌아온 이성열이 상처 받았던 20대를 뒤로 하고 의욕 넘치는 30대를 준비했다.
이성열은 지난달 29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넘버스: 빌딩 숲의 감시자들(약칭 넘버스)'에서 심형우 역으로 출연했다. '넘버스'는 고졸 출신 회계사 장호우(김명수 분)가 거대 회계법인의 부조리에 맞서 가장 회계사답지만 가장 회계사답지 않은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해가는 휴먼 오피스 활극이다. 이 가운데 심형우는 극의 악역인 한제균(최민수 분)의 심복이자 권선징악의 희생양으로 활약했다. 이에 작품이 끝나고 지난달 31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OSEN 사무실에서 이성열을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넘버스' 종영 소감에 대해 그는 "많이 공들여서 준비한 작품인데, 형우가 마지막에 죽었다. 그 형우가 하늘나라에서 잘 살아있는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치열하게 일만 못할 짓도 많이 했는데 무거운 짐들 내려놓고 편안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던 작품이었다"라고 작품을 회상했다.
특히 그는 "최민수 선배님께서 옆에서 지적도 많이 해주시고 항상 같이 있으면서 '1대 1 연기 레슨' 하듯이 정말 깊이 있게 많이 도와주셔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촬영했던 모든 스태프 분들께도 감사드리고 무엇보다 최민수 선배님께 정말 감사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피니트 멤버인 김명수 또한 '넘버스'에 함께 출연한 바. 이성열은 "같이 출연한다는 걸 대본 리딩 때 알았다. 서로 '너 여기 왜 왔냐?'라고 물으면서 '넘버스'에 출연한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 멤버의 비즈니스'라는 느낌을 넘어 현장에서 명수가 얼마나 깊이 몰입하는지를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장호우와 심형우가 캐릭터 설정상 서로 적대적인 관계인데, 촬영 현장에서 반갑게 인사를 하려고 손을 흔들었는데 저를 보는 명수의 눈빛이 장호우의 눈이었다. '프로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 때부터 저도 일부러 말을 걸지 않고 서로 감정을 유지하려고 했다. 나중에는 한 스태프 분이 '두 분 친하지 않으세요?'라고 묻더라"라며 웃었다.
그만큼 이성열에게도 '넘버스'는 치열하고 절실한 작품이었다. 2018년 방송된 드라마 '미워도 사랑해' 이후 5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이자, 군 전역 후 첫 드라마였기 때문. 이성열은 "정말 '넘버스'에 목숨 걸고 했다"라며 "클라이밍 한 씬도 아니고 한 컷 나오는데 고소공포증도 잊고 아마추어 상위 클래스까지 갈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넘버스'로 드라마 데뷔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무실에 놀러갔는데 대본이 있어서 슬쩍 봤다. 형우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제 20대와 다른 야망 캐릭터고, 한번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라 정말 하고 싶었다. 오디션부터 감독님을 여러번 뵙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하면서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성열은 극 중 회계사이자 회사원인 심형우의 삶에 대해 "아이돌과 정말 다른 삶이다. 모든 회사원 분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저는 촬영하는 7개월 동안도 숨 막히는 답답함을 느꼈는데, 훨씬 더 긴 시간을 회사생활 하시는 분들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제가 아이돌로 살면서 힘들다고 생각한 게 투정처럼 느껴질 정도로 반성도 됐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악역인 역할에 대해 윤리적인 고민도 했다. 이성열은 "형우가 파트너 자리를 달려고 치열하게 사는 모습들이 보는 분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도 됐다. 옳고 그름으로 따질 수 없는 캐릭터라고 봤다. 분명 용인할 수 없는 나쁜 짓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가정이 있는 회사원이 상사가 시키는 일을 정의를 따지면서 단번에 안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쉽게 말이 안 나왔다. 형우가 호우에게 '왜 사람들이 조용히 사는 줄 알아? 두 번의 기회가 없어서야'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말이 너무 짠하고 연민을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성열은 배우 최민식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 최민식 선배님이 '열심히 요리하고 결과를 바라보지 마라. 내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만들었으면 맛있게 먹는 건 시청자의 몫이다'라고 말하신 게 크게 와 닿았다. 내가 후회 없이 열심히 했으면 된다는 생각이 커진 계기였다. 무슨 일을 해도 후련하게, 끝나는 순간 후회 없게 하고 싶다. 그게 요즘 삶의 모토"라고 말했다.
"남들 시선에 자존감이 낮았던 때가 있었다"라고 고백한 그는 "20대에는 남들 시선에 휘둘리며 살았다. 악플을 안 봐야 하는데,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씩은 보게 되고, 그 악플이 남이 나를 보는 시선이라는 생각에 집 밖을 못 나가던 때가 있었다. 이겨 내려고 열심히 하려고 악플을 보다가 다시 상처받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러다 보니 나라는 존재보다 남들 시선을 의식하고 그에 맞춘 이성열만 남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성열은 "군대에서 진짜 많은 생각을 했다. '왜 나대로 살지 못했나'. 20대의 이성열도 분명히 하루 3시간 간신히 자면서 남들이 볼 때 대단하다고 할 만한 일정들을 소화하면서 지냈는데 왜 후회가 남는지 고민했다. 남의 시선이 아니라 한번 더 깊이 나한테 집중하고 안주하지 않으려고 채찍질을 하게 됐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시절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고 한 이성열은 "30대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넘버스'와 함께 연극은 물론 인피니트 완전체 컴백까지 더욱 집중해서 준비하는 원동력이라고. 특히 그는 "멤버들이 언제나 한결같이 있어줘서 고맙다.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라며 깊은 고마움을 밝혔다. 끝으로 그는 "팀 이름처럼 무한대로, 끝나지 않고 나아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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