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둘러싼 무책임한 보도, 혐오와 비난만 남았다
[비평] 주호민 작가의 교사 고소에 쏟아지는 언론보도, 장애 학생 혐오 이끌어내
온라인 커뮤니티, SNS, 댓글…사실관계 확인없이 "누리꾼" 말 인용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폐 성향이 있는 자녀를 가르치던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며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주씨의 고소를 두고 언론에선 사실관계 확인 없이 “누리꾼”의 주장이라며 기사 수를 늘렸다. 장애 특성을 무시한 채 주씨 자녀의 행동을 선정적 제목으로 묘사하며 장애 혐오를 이끌어내는 기사도 이어졌다.
서초구 초교 교사 사망 이후, 학부모(학생)은 가해자, 선생님은 선의의 피해자라고 일반화하는 분위기에서 언론은 학부모의 교사 고소와 특수학급 아동의 교사 폭행 사례를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유명인 주호민씨의 사례가 기사화되면서, '장애학생의 교육 받을 권리와 교사들의 노동권'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자극적으로 극대화된 언론보도는 혐오와 비난을 생산해내고 있다.
장애 아동 행동 선정적 제목으로 묘사하며 혐오성 기사 생산해
주호민씨 관련 언론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론이 나서 장애 학생 혐오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기사들은 자폐 성향이 있는 아동의 행동을 선정적인 제목으로 묘사했다.
뉴스1 기사 <“본능에 충실한 주호민 아들, 서울 ○○초 온다”…전학 소식에 누리꾼 '시끌'>은 주씨의 아들이 전학을 간다는 주장을 담은 온라인 게시글 중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해 이어붙였다. 중앙일보 기사 <“주호민 아들, 여아 때리고 속옷 훌러덩”…교사 탄원 글 올라왔다>, SBS 기사 <“주호민 아들, 여학생 뺨 때리고 바지 훌러덩”…동료 교사 “사건 경위는 이렇습니다”>는 주씨로부터 고소당한 교사의 동료교사가 초등학교 커뮤니티에 쓴 글을 인용하며 자폐 성향 행동을 자극적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JTBC '사건반장'도 “주호민 아들, 여학생 앞서 바지 내려”라는 자막을 띄우며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서울경제 <“주호민 아들, 특히 작은 여학생 때렸고, 특수교사는 오히려 감싸고 선처 호소” 학부모들 '충격 증언'>, 뉴시스 <“주호민 아들, 초등학교 입학때부터 여자애들 때렸다” 학부모 제보>처럼 “(주호민의 아들이) 2021년 입학했을 때부터 애들을 계속 때렸다. 주로 자기보다 작은 여자애들을 때렸다”는 학부모의 말을 제목으로 정한 보도도 있었다.
장애 학생을 향한 비난 댓글을 그대로 인용하는 기사도 다수였다. 앞서 언급한 뉴스1 기사는 누리꾼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며 주씨의 자녀를 겨냥한 “또 일반 학교로 갔냐”, “자업자득” 등의 댓글을 인용했다. 서울경제 기사 <“주호민 아들, 서울 ○○초 전학 갔다'…온라인 글 확산에 학부모 '벌벌'>도 “주씨 아들을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같은 특수학급반 학생들은 뭔 죄냐” 등의 학부모 댓글을 인용했다.
언론은 주씨 자녀를 두고 '장애를 앓고 있다'는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MBC <특수교사 '학대' 신고…“학대 없었다” 반박>, 국민일보 <“주호민 아들, 서울 OO초 전학” 소문에…맘카페 떠들썩>등의 기사는 주씨의 자녀를 두고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앓는다'고 표현했다. 장애는 병이 아닌 후유증상으로 고착된 신체적 상황이다. 병에 걸려 고통을 겪는다는 “앓는다”라는 표현이 아닌 사람이 가진 특성 중 하나를 장애로 표현하는 '가지다'라는 말이 적절하다.
장애에 의한 과잉 행동 등 장애 학생의 특성을 무시한 채 자극적 내용만 뽑아낸 악의적 언론보도는 장애 학생이 처한 현실을 왜곡시키며 혐오를 부추긴다. 당사자가 아닌 다수의 말을 인용한 언론보도에서 장애 학생의 개인 신상과 사생활은 전혀 보호되지 않고 있으며, 일회성 비난 여론은 장애 아동에 대한 폭력이 되고 있다.
타 연예인 비교하고 과거 웹툰 문제제기…여론몰이식 기사
주호민씨 부부를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다른 부모와 비교하거나, 주씨 부부의 과거 웹툰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교사 고소'라는 사건에서 벗어난 여론몰이식 기사도 다수였다.
여성조선 기사 <주호민 사태에 '자폐子 부모' 권오중·오윤아의 자세 재조명>은 주씨가 분노와 배신감을 안겼다며 “같은 자폐아를 둔 부모 권오중과 오윤아의 자세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했다. 기사는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두 연예인의 과거 발언을 짧게 인용해 “훈훈함을 자아냈다”며 기준 없이 주씨 부부와 비교했다. 헤럴드POP 기사 <비호감 된 주호민, 구독자수 급감→댓글창 오픈…추가 입장 낼까>는 주씨를 '비호감'이라는 단어로 묘사했다.
특히, 중앙일보 <대체 뭔 내용이길래…서이초 비극에 소환된 주호민 아내 웹툰>, 이데일리 <주호민 아내 웹툰 보니…“폭행당한 아동 부모 악마화”> 등 다수의 기사는 주씨 아내의 과거 웹툰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웹툰에는 주인공이 장애를 가진 자녀를 기르면서 겪은 사례가 담겨있는데, 기사는 이를 자세히 설명하며 '피해 부모를 지나치게 악마화했다',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대사는 문제가 있다'는 등의 댓글을 인용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언론은 장애인이 자존감과 존엄성, 인격권을 무시당한다고 느낄 수 있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표현에 주의한다', '장애 유형과 장애 상태를 지나치게 부각하지 않는다', '장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인터뷰하거나 언론에 노출할 경우 반드시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은 해당 준칙을 모두 어긴 채 주씨 부부와 자녀에 대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댓글…사실관계 확인없이 “누리꾼” 말 인용
현재까지 확인된 건 주호민씨가 특수학급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고소 사실이 알려진 시점부터 기사는 수없이 쏟아졌다. 주씨 SNS 글과 교사의 경위서 등을 이용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게시글, 댓글 등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내용들을 '논란'과 '누리꾼 주장'이라는 명목 하에 기사화했기 때문이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그 내용을 기사화하는 언론도 있었다. 더팩트 <주호민, 아들 전학·또 다른 '갑질' 등 끝없는 논란 ing>는 주씨 자녀의 전학을 주장하는 온라인 게시글을 상세하게 실어놓고 부제목은 “사실 여부 확인 불가”로 달았다.
한국경제 <“주호민 가족 이사 온다고 해서”…맘카페 '들썩'>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2개지만, 주호민의 아들이 실제로 OO초등학교로 전학했는지에 관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일보 <“주호민 아들, 서울 OO초 전학” 소문에…맘카페 떠들썩>도 “방학 기간이어서 해당 글의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해당 게시글의 주장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본인을 현직 특수교사라고 밝힌 이의 페이스북 글은 '분노', '울분', '눈물'이라는 감정적 단어와 함께 수많은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다. 조선일보 <“주호민, 제자 대변 손으로 치워봤나” 현직 특수교사의 울분>, MBN <“주호민, 제자 대변 치워봤나” 현직 특수교사의 분노>, 서울신문 <“주호민, 제자 대변 치워봤나”…울분 토한 현직 특수교사>처럼 보도하는 식이다.
초교 교사 사망 이후 언론은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 교육 현장 개선을 위해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재발방지책을 취재하고 제안해야한다. 하지만 현재 언론은 이와 무관한 보도로 사회에 혐오와 비난을 낳고 갈등을 조장하고 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게시글을 받아쓰는 건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특정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을 지나치게 언론이 확대재생산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적인 해결책을 찾는 보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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