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받는 아동에 나타나는 정신질환 원인 찾았다

이준기 2023. 8. 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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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 학대와 방임으로 생기는 정신질환의 주요 원인이 밝혀졌다.

KAIST는 정원석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에서 면역기능을 하는 별아교세포가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응해 과도하게 흥분성 시냅스를 제거하는 현상이 아동 학대와 방임에 따른 정신질환 발병의 원인이 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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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별아교세포의 과도한 시냅스 제거가 원인
다양한 뇌 정신질환 치료 등에 활용 기대
KAIST는 뇌에서 면역기능을 하는 별아교세포가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응해 과도하게 흥분성 시냅스를 제거하는 현상이 아동 학대에 따른 정신질환 발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KAIST 제공
KAIST 생명과학과 변유경 박사(왼쪽부터), 김남식 박사, 김규리 박사과정, 정원석 교수

아동기 학대와 방임으로 생기는 정신질환의 주요 원인이 밝혀졌다. 부모와 떨어져 방치되거나 학대를 받을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뇌 속 별아교세포가 과도하게 흥분성 시냅스를 제거해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KAIST는 정원석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에서 면역기능을 하는 별아교세포가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응해 과도하게 흥분성 시냅스를 제거하는 현상이 아동 학대와 방임에 따른 정신질환 발병의 원인이 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어릴 적 학대나 방임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져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뇌 신경 회로망과 기능이 크게 변화해 조현병,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동기 스트레스에 따른 정신질환 원인과 제어 방법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합성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별아교세포(뇌 항상성을 유지하는 세포)의 포식 작용을 비정상적으로 크게 높이는 것을 세포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글루코코르티코이디는 당대사, 항염증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해 분비돼 신체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글루코코르티코이드에 과도하게 장기간 노출되면 우울증, 인지 장애, 불안 증세와 같은 다양한 정신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아동기 사회성 결핍 생쥐모델을 활용해 스트레스로 인한 별아교세포의 기능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별아교세포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와 결합해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용체(MERTK) 발현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별아교세포는 특정 신경세포의 흥분성 시냅스만을 선택적으로 잡아 먹어 감소시켜 비정상적인 신경 회로망을 형성해 추후 성인기에 사회성 결핍과 우울증 같은 복합적인 행동 이상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또한 별아교세포와 함께 뇌 면역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가 아동기 시회성 결핍 생쥐모델에서 시냅스 제거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아동기 스트레스 상황에서 미세아교세포가 아닌 별아교세포가 특이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응해 뇌 환경을 조절함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인간 만능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뇌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를 활용한 실험에서 생쥐모델과 마찬가지로 별아교세포가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와 포식 수용체 모두를 활성화해 흥분성 시냅스를 과도하게 제거하는 것을 확인했다.

정원석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도한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이 정신질환 발병에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향후 다양한 뇌질환 치료에 별아교세포의 면역기능 조절이 근본적인 치료 타깃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면역 분야 국제 학술지 '이뮤니티'에 발표됐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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