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콘크리트 유토피아', 인간 박서준으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생각케 해"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하나의 일기장을 마치면서 '인간 박서준'으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을 생각하게 해줬어요."
결 다른 재난물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극장가에 돌아오는 배우 박서준의 소감이다.
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은 "열정적으로 보낸 순간이 완성품으로 나온 것 자체가 보람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다"며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한겨울의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외부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한다.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지진 후 '우리 아파트 하나만 살아남는다면?'이란 물음표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재난 자체보다는 재난에 대응하는 복잡한 인간 군상을 입체적으로 부각해 차별화를 꾀한다.
박서준이 '황궁 아파트' 602호 주민 민성 역이다. 의경 출신 공무원인 민성은 주민 대표 영탁(이병헌)에 의해 방범대 반장을 맡게 되고, 사랑하는 아내 명화(박보영)와 끝까지 살아남고자 폭력도 마다치 않는 등 가파르게 변모한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민성을 소개한 박서준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가치관이 바뀐다"며 "흔들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가 중요했다. 민성으로서 생각하면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가족을 지키기 위한 상황을 직면한 감정의 변화를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지 고민했다. 중간을 찾는 게 가장 중요했다. 영탁이 극의 구심점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엔 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재난을 보여주는 장면이 민성으로 시작된다"라고 전했다.
박서준이 보는 민성의 목표는 "가정의 화목"이라고. 박서준은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먼저 생각하는 건 '가장으로서 가정을 지켜야 해'였을 거다. 어릴 때 아버지를 보며 책임감 느껴 민성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제작진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황궁 아파트'의 규모감을 그대로 구현하려 실제 건설에 준할 정도의 아파트를 지어 촬영했다. "집이 무너지거나 올라오는 장면, 갑자기 차가 떨어지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CG)의 도움을 받았다는 박서준은 "상상하면서 몸을 움직여야 했다"며 "도전이라기보다 즐거웠다"고 웃었다.
계절적 배경은 겨울이나 한여름에 찍었다. 박서준은 "춥게 보여야 하는데 땀이 나는 것 같아 걱정했다. 영화를 보니 전혀 안 느껴졌다. 입김 하나도 섬세하게 CG 작업을 했더라"라고 부연했다.
관객 사이에서 박서준, 박보영은 '황도 부부'로 불린다. 예고편을 통해 민성, 명화 부부가 황도 한 조각을 살뜰히 나눠 먹는 장면이 공개되면서다. 박서준은 "처음부터 낯가림 없이 할 수 있었다. 소품 사진 촬영을 먼저 해인지 모르겠는데 얼굴을 몇 번 보고 보영 씨가 출연한 작품도 봤기에 내적 친밀감이 있었다. 연기를 워낙 잘하시니까. 대사를 조금 주고받으면서 바로 그냥 민성과 명화였다. 촬영하면서 재밌었다"고 돌이켰다.
"극단적인 상황이라 다른 상황에서 만나면 재밌을 것 같다. 처음부터 호흡이 좋았다고 느꼈다. 다음에 만나면 다른 의미로 신선하고 재밌을 것 같다"라고도 이야기했다.
민성과 명화의 소품 사진이 담긴 소셜미디어(SNS) 계정도 개설됐다. 엄 감독의 생각이었다는 박서준은 "소품 사진을 찍어 놓은 게 있는데 영화에선 한 컷 나오고 없어지니까 '영화에 관심 갖는 관객이 민성과 명화의 서사를 몇 장 올리는 사진으로 조금이나마 느낀다면 도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영탁 역 이병헌과의 호흡 역시 "즐거웠다"며 "상황은 너무 힘들어 한 컷 한 컷 '오케이'가 날 때마다 오는 뿌듯함이 있었다"고 한 박서준이었다.
박서준은 전작 '드림'을 끝내고 곧장 '콘크리트 유토피아' 촬영에 들어갔다. "'드림' 땐 운동도 많이 하고 축구선수의 몸에 가까워지려 했다"는 그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선 공무원이란 직업을 갖고 있어 운동을 많이 할 것 같은 느낌은 아니더라. 민성은 여가 시간이 생기면 운동을 하기보다 명화와 보내려고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육질보다 마른 체형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7kg 정도 뺐다. 굉장히 더운 여름에 추위를 느껴야 해 정신이 왔다 갔다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드림'에 이어 '콘크리트 유토피아', 오는 11월엔 마블의 새 영화 '더 마블스'로 연달아 관객을 찾는다. 박서준은 "코로나19 때문에 감사함이 극대화됐다. 영화는 드라마보다 더 선택받는 느낌이 든다. 표를 구매해 극장을 찾아주시는 거라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 작업한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다"라며 "'저 열심히 했죠?'라는 걸 칭찬받고 싶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9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 = 어썸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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