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과 맘카페, 선입견과 선입견이 부딪혔을 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3. 8. 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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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선입견,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미’다. 어떤 대상 혹은 공동체에 선입견을 품고 있다는 말은, 그 혹은 그들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이미’ 단정 내린 모습 내에서만 해석하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자신만의 틀에 맞추어 상대를 평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데 그로 인해 정작 봐야 할 진면목, 진짜 속내는 놓치고 만다. 마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본인의 사고에만 치우쳐, 무엇을 놓쳤는지 끝끝내 모르거나 전혀 관심이 없다. 무서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종종 이러한 상태에 놓여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나 그런 자신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 자신의 관점이나 생각을 주장해야 한다거나, 주장하고 싶은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진실과 거리가 꽤 있는, 편향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곡해하기도 하니 갈등도 꽤 많이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자신에게 돌진한 초등학생 남자아이에게 보인 표정을 두고 맘카페를 중심으로 발생했던 소동, 일명 ‘장원영 팬서비스 논란’이다.

앞서 전제해 놓을 바는, 어떤 사안이나 그러하듯 영상에서 비춰지는 그녀의 표정은 해석에 따라 그 강도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처음엔 장원영을 향한 비난이었다. ‘초통령’이란 애칭이 있을 정도로 초등학생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아이돌 가수가 자신이 좋아 다가온 초등학생에 불과한 남자아이에게 어떻게 그런 혐오 어린 표정을 지을 수 있냐는 것.

한 마디로 아이가 얼마나 상처받았겠냐는 거다. 게다가 해당 아이는 바로 여자 매니저에게 제지당했는데 이 또한 분노의 포인트가 되었다. 하지만 곧 장원영을 옹호하는 여론이 불 일 듯 일었다. 아무리 상대가 초등학생이더라도, 누군가 갑자기 제멋대로 다가와 접촉하려 한다면 화들짝 놀라거나 겁을 먹지 않을 사람이 없으며, 특히 아이돌 가수란 그런 위협에 노출된 직종이니 경계심이 큰 게 당연하다는 것이 주된 요점이었다.

팬서비스를 운운할 게 아니라 아이에게 좋아하는 대상을 대하는 예의를 가르쳐야 했다는 것. 그리고 전세는 역전된다. 장원영을 향했던 비난의 손가락은, 이제 해당 논란이 시작된 지점인 ‘맘카페’라는 커뮤니티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 논란을 시작하고 실어 나른 건 일부 맘카페에 불과했으나 ‘맘카페’ 자체가 분노의 타깃이 되었다. ‘장원영도 귀한 딸’이란, 맘카페에 대항하기에 너무도 적절했던 누군가의 한 마디가 트리거가 되어.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서 들여다보면 발생한 것 자체가 신기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격의 소동이다. 선입견과 선입견이 충돌하여 벌어진 싸움인 까닭이다. 어떤 선입견이냐면, 우선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에게 흔히 가지곤 하는 인성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맘카페를 바라보는, ‘맘충’이란 개념과 이어지는 맥락의 시선이다. 둘다 오류로 가득한, 지극히 왜곡된 관점이다.

‘아이돌 가수’와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 맘카페의 주 이용자인 ‘엄마’와 이기적이고 무례한 사람은 동일화될 수 없는 전혀 다른 개념의 존재다. 아이돌 가수나 엄마 중에 그러한 사람이 존재할 순 있으나 아이돌 가수나 엄마에게 해당하는 이들 전체가 그러한 사람이지 않으니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치인조차 이 보통의 상식을 염두에 두지 못하고 싸움을 붙이는 데에만 급급했다.

선입견은 보통의 상식을 잊게 만든다. 그럴 줄 알았어, 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가운데 장면을 가두어 올바른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고, 상황이 좋지 않을 땐 갈등을 일으키기 일쑤다. 진실한 속사정과는 거리가 멀어, 괜한 힘만 빠지는 종류의 갈등이다. 하지만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선입견이란 게 완벽하게 없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가 이런저런 경험이 쌓인 어른일수록 심하게 나타난다. 즉, 어느 누구도 쉽게 피해 가기 힘든 함정이라 할까.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아니다.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이 선입견을 지니고 있고, 언제든 가질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어리석은 싸움은 피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단순히 맞고 안 맞고가 아닌 자신과 다른 존재라는 사고에 기반하여,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어떤 선입견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을 터. 날이 갈수록 군중의 힘이 커지고 있는 오늘, 장원영과 맘카페 사이에 일어난 소동이 시사하는 바가 참 크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장원영 공식SNS, DB]

맘까페 | 장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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