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사태로 강화된 투자자 관리, CFD 접는 증권사도 나타나
[편집자주] 자본시장을 뒤흔든 라덕연 게이트가 터진 지 100일이 지났다. 충격은 단발적이었지만 생채기는 컸다.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개선과 검찰수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역대급 주가조작 범죄로 기록될 이번 사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복기해본다.
올 초까지 증권사들은 높은 수수료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CFD(차액결제거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라덕연 일당이 CFD를 주가조작에 악용하면서 불똥이 튀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CFD에 관한 타깃 검사가 이뤄지면서 증권사들도 CFD 사업을 접거나 인력 투입 규모를 줄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CFD 사업을 했던 증권사는 총 13곳이었다. 지난 6월 CFD 거래를 했던 13개 증권사 모두 신규계좌 개설과 기존 계좌를 통한 신규 거래를 중단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SK증권은 CFD 서비스를 지난 28일부로 완전 종료하기로 했다. 일부 증권사들도 CFD 전담 부서 인력을 내부적으로 줄이는 등 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CFD 사업 규모가 크지 않았던 증권사들도 속속 사업 백지화를 고려 중이다. 한 증권사 대표는 "규모가 크지 않았을뿐더러 당국의 감시리스크, 규제도 너무 많아져 더 이상 사업을 할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CFD 사업을 했던 13개 증권사의 CFD 거래 잔액은 2조7697억원으로 전년 말(2조3254억원) 대비 4443억원 늘었다. 교보증권(6180억원)이 가장 많았고 키움증권(5576억원), 삼성증권(3505억원), 메리츠증권(3446억원), 하나증권(3400억원) 순이었다.
이달 19일 '금융투자업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이 의결되면서 9월부터 CFD 관리감독 체계와 개인투자자 보호 장치가 강화된다. 핵심은 CFD 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CFD를 할 수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가입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CFD 깜깜이 거래 체계가 개선된다. 증권사는 매일 금융투자협회에 투자자 CFD 잔고를 제출해야 한다. 이제 투자참고지표를 보고 레버리지 투자자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시장 참여자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CFD에 따른 주식매매 때 실제 투자자 유형(예를 들어 '개인')도 표기해야 한다. CFD는 실제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96.5%)이지만 증권사가 국내사면 기관, 외국사면 외국인으로 표기돼 시장 참여자 오해를 유발했다.
현재 CFD 취급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 거래소가 제도 변경에 따른 전산 개발, 업무 프로세스 개선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8월 중순부터 투자자별 투자 요건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행정지도로 운영했던 최소증거금률 40% 규제는 상시화된다. 또 증권사는 CFD 취급 규모를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해 자기자본 1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11월 말까지는 CFD 규모 50%만 반영하고 12월부터 100% 모두 반영하게 된다.
CFD 등 장외파생상품 거래요건은 강화된다. 이전까지 개인전문투자자 모두에게 거래가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충분한 투자 경험을 갖춘 경우로 한정한다. 가령 최근 5년 내 1년 이상 월말 평균잔고 3억원 이상 등을 갖춘 경우다. 이때도 증권사가 대면(영상통화 포함)으로 투자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위험을 알려야 한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신청을 권유할 수 없다. 불건전영업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금감원이 키움증권 등 3개 사에 대해 CFD 업무처리 적정성 등을 중점 검사한 결과 CFD 레버리지 과장광고, 비대면 계좌개설 과정에서 실지 명의(주민등록상 명의) 미확인, 위험관리 등 CFD 업무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발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정 개정과 함께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CFD 관련 업계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한 모범 규준도 만들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는 9월부터 CFD 영업이 재개된다고 하지만 각종 규제 강화로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초반 규제를 지키며 눈치싸움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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