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죄' 없지만…철근 빼먹으면 '삼풍' 처럼 연쇄 붕괴 부른다

김동규 기자 2023. 8. 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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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전국 91개 단지를 점검한 결과 철근이 누락된 단지가 총 15곳으로 확인되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설계, 시공, 감리에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중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전수조사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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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하중에 의한 '펀칭' 우려…설계·시공·감리 철저 관리 필요
삼풍百·광주 화정동·검단 지하주차장 모두 무량판 구조 적용
1일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중 철근 누락 15곳 아파트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이 단지는 보강 철근 필요 기둥 90개 중 75개가 철근이 미흡하게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2023.8.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전국 91개 단지를 점검한 결과 철근이 누락된 단지가 총 15곳으로 확인되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설계, 시공, 감리에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조사에서처럼 철근 누락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연쇄붕괴’와 같은 치명적인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량판 구조는 무엇?…건물 구조 3가지 중 한 방식

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파트를 포함한 건물 구조는 크게 3가지가 있다. 먼저 기둥이나 보와 같은 골조를 사용하지 않고 벽으로 슬래브(바닥판)를 받치는 벽식구조가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지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1980년대부터 한국 아파트 건설에서 많이 사용된 방식이다.

다음은 라멘구조(Rahmen)라고 불리는 기둥식 구조가 있다. 슬래브의 하중이 보를 통해 기둥으로 전달되는 구조다.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아파트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구조다. 장점으로는 높은 층고, 용이한 설비보수작업, 벽식구조와 달리 내력벽이 없어 리모델링에 제약이 없다는 점 등이 꼽힌다.

현재 회자되는 무량(無梁)판 구조는 한자 그대로 대들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받치는 형식의 구조를 말한다. 라멘구조에서 보가 없는 구조인데 대신에 슬래브의 두께를 두껍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장점으로는 보가 없어 층고가 높고, 내력벽이 없어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 꼽힌다. 이런 장점으로 공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현장 내부에 데크 플레이트가 무너져 내려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무량판 구조의 치명적 단점 '수직하중으로 인한 펀칭'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기둥과 슬래브의 접합부가 무게를 버티지 못해 구멍이 나는 일명 '펀칭현상'이 발생해 아래로 연쇄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직하중을 지지해야 하는 기둥에 전단보강근과 같은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 있지 않으면 아래로 기둥만 남기고 슬래브가 연쇄 붕괴하는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무량판 구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무량판 구조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펀칭현상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공법 자체의 문제보다는 설계, 시공, 감리에서 저 부분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시공하지 않은 무량판 구조 건물 사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공법이 문제였다기보다는 제대로 약점을 보강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다. 작년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올해 발생한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건설현장이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는 현재 넓은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여러 아파트 등에서 채택되고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전단보강근과 같은 안전을 위한 조치가 철저하게 돼야 하고 감시도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중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전수조사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대상은 총 293개 단지고, 전수조사는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단지에는 지하주차장뿐만아니라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가 채택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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