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 누락 15개 단지 공개..."154개 기둥 모두에 철근 빼먹기도"
[앵커]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 15군데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가 공개됐습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보강 철근이 설치돼야 하는 기둥 모두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공사 가운데는 유명건설사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이동우 기자!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 15군데 명단과 시공사 등이 공개됐다고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를 공개했습니다.
전날 구체적인 단지나 하자의 심각성에 대한 언급 없이 15곳이라는 숫자만 발표한 데 대해 LH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자 하루 만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15개 단지 가운데 파주 운정과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음성 금석, 공주 월송 등 5곳은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입니다.
입주 중인 단지는 수서 역세권, 수원 당수, 오산 세교2,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 등 4곳입니다.
공사 중인 곳은 파주 운정3, 양산 사송 분양, 양주 회천, 광주 선운2, 양산 사송 임대, 인천 가정2 등 6곳입니다.
시공사 명단에는 DL건설을 포함해 대보건설, 동문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한신공영 등 유명 건설사들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국토부는 LH 발주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보강 철근이 빠져 있었다고 전날 발표했습니다.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인천 검단 LH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은 붕괴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무량판 구조는 상부의 무게를 떠받치는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바로 지지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둥 주변에 전단 보강근을 설치하는데, 이를 필요한 만큼 설치하지 않은 것입니다.
[앵커]
하자 정도가 단지별로 편차가 컸다면서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하자 정도는 단지 별로 편차가 매우 컸는데요.
경기도 양주회천 A15 단지는 보강 철근을 설치해야 하는 기둥 154개 모두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성금석 A2 단지 경우에도 123개 기둥 가운데 무려 101개에서 전단 보강근이 누락됐습니다.
반면 파주운정3 A23 단지는 304개 기둥 가운데 보강 철근 누락 기둥은 6개에 불과했습니다.
LH는 문제가 발견된 아파트 단지들에 대해 지하주차장 내에 기둥을 추가로 시공하거나 기존 기둥에 하중 지지 시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보강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보강 공사 만으로 안전을 100% 담보할 수 없는데다, 최근 아파트 붕괴와 누수 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LH 아파트 부실 시공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앵커]
건설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부실공사가 만연돼있다는 것이 충격인데요.
도대체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철근이 빠진 LH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모두 무량판 구조인데요.
이 구조는 경제성과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지만 상부의 무게를 떠받치는 보가 없는 만큼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인데 설계, 시공, 감리 모든 단계에서 부주의하고 안일한 작업이 이어졌던 것입니다.
철근을 빼먹은 15개 단지 가운데 7개 단지는 구조 계산을 아예 누락하거나 계산을 잘못했습니다.
구조 계산은 건물에 작용하는 하중을 계산해 각 부위가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해 철근을 어느 정도 넣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는 필수적인 작업을 말합니다.
그런데 양주회천 단지의 경우 구조계산을 아예 누락해 154개 기둥 전부에 보강 철근이 빠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양산 사송 단지는 철근을 넣어야 하는 범위를 잘못 계산해 기둥 241개 가운데 72개에 보강 철근이 누락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조설계 오류의 원인으로 LH 공공주택 사업에 참여한 설계사들의 역량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LH 출신을 영입한 업체들이 사업을 수주하면서 혜택을 받았고, LH는 전관이라는 이유로 부실한 업무처리를 방치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구조 계산을 제대로 해놓고 현장에 배포하는 도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보강철근을 실수로 누락한 일도 일어났습니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이해가 낮은 현장 근로자들이 다른 층 도면을 보고 철근을 설치해 보강 철근이 누락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세계 최고층의 첨단 빌딩을 시공하는 건설 강국이지만 정작 아파트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앵커]
정부가 무량판 구조를 사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해서도 전수 점검을 벌인다고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로 지하주차장을 지은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전수조사에 착수합니다.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사용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준공된 민간 아파트는 188개 단지이며, 현재 무량판 구조로 공사 중인 곳은 105개 단지입니다.
모두 293개 단지가 조사 대상인 것인데요.
안전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보강 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LH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상부에 건물이 없어 주거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아파트는 관련 법령에 따라 2∼4년 주기로 정밀 안전점검을 받고 있어 모든 아파트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관행적으로 있었던 안전불감증과 그로 인한 부실시공 일체는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철저한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경제부에서 YTN 이동우입니다.
YTN 이동우 (dw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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