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5억 부당이익' 라덕연 일당에 놀아난 주식 아직도 -70% '허덕'

서진욱 기자, 김도균 기자 2023. 8. 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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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라덕연 사태 100일]①실체 드러난 라덕연 일당, 김익래 '입건' 분기점
[편집자주] 자본시장을 뒤흔든 라덕연 게이트가 터진 지 100일이 지났다. 충격은 단발적이었지만 생채기는 컸다.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개선과 검찰수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역대급 주가조작 범죄로 기록될 이번 사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복기해본다.

라덕연 게이트 일지.

올해 4월 24일 8종목의 갑작스런 주가폭락으로 시작된 라덕연 게이트가 터진 지 100일이 지났다. 검찰이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를 비롯한 주요 혐의자들을 구속 기소한 가운데 라덕연 일당이 전국구 조직으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망이 폭락 직전 대규모 주식 매각을 단행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으로 향하면서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라덕연 일당의 시세조종 대상이 됐던 종목들은 급락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인천·대구·울산·광주에서 70~80명 활동… 7305억 달한 불법수익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올해 5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이 지난달 13일 진행한 라 대표(42)와 변모씨(40), 전직 프로골퍼 안모씨(33) 등 8명에 대한 3번째 공판기일에서 라덕연 일당 규모와 세부 조직이 드러났다. 라덕연 일당의 구체적인 조직 구성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검찰은 범죄사실 요지를 PPT 자료를 활용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라덕연 일당이 시세조종에 동원한 조직은 70~80명 규모로 파악됐다. 기능별로는 영업팀, 고객관리팀, 정산팀, 법인관리팀, 전략기획팀, 주식매매팀 등으로 구성됐다. 시세조종 행위를 펼친 주식매매팀은 인천 청라, 서울 성수·여의도·선릉·공덕·논현, 대구, 울산, 광주 등 전국 단위로 운영됐다. 검찰은 "범죄 단체에 준하는 조직 구성"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라덕연 일당은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익을 나눠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차액결제거래(CFD), 신용융자 등을 동원한 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주식 계좌와 휴대전화를 넘겨받았다. 투자 수익은 5대5로 정산했다. 전국에 분산된 매매팀은 라 대표 지시에 따라 주식 거래를 단행했으며, 팀원들 간 연락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연락 내용을 즉시 삭제하면서 증거 인멸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검찰이 파악한 라덕연 일당이 취득한 불법 수익은 7305억원에 달한다. 일당은 투자자에게 수수료로 받은 1944억원을 식당, 갤러리 등 여러 법인 매출로 가장하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자금세탁한 뒤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머니투데이는 라 대표와 최측근 인사들이 설립 또는 인수한 회사 수십 곳 중 13곳의 실체를 파악해 단독보도한 바 있다. 실내골프연습장과 케이블방송채널, 고급 위스키 바, 리조트, 영상콘텐츠, 명품숍, 인터넷언론 등 업종이 동원됐다.

라 대표 측은 미신고 투자일임업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주식 매매에 대해선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익래·키움으로 향한 檢 수사망… '연루 의혹' 진상 밝혀지나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이 올해 5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등기이사장직에서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매각해 현금화한 605억원은 사회에 전액 환원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라덕연 일당의 주요 인물들을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김익래 전 회장과 키움증권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본부(단성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김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와 김 전 회장 자택, 김 전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은 5월에도 키움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는데, 당시에는 김 전 회장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을 입건함에 따라 키움증권도 곤란하게 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측이 키움그룹 전략경영실을 동원해 주가를 관리하고 내부정보 등을 이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키움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증권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한편으론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에서 이렇다할 혐의점이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덕연 대표가 본인에 몰리는 관심을 피하려는 차원에서 김 전 회장을 지목했을 뿐, 명확한 증거가 드러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4월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605억원을 현금화했다. 같은 달 17일 457억원어치 서울도시가스 주식(10만주)를 매도한 김영민 서울도시가스그룹 회장과 함께 자사 주가가 시세조종 대상이 된 사실을 인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 전 회장은 주식 매각은 라덕연 일당과 무관한 일이라면서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국민 사과했다. 또 그룹 회장과 이사회의장에서 사퇴하고, 주식매각대금인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주가 회복 못한 시세조종 종목들… 평균 '71%' 빠졌다
라덕연 일당이 시세조종 대상으로 삼았던 8종목(대성홀딩스·선광·서울가스·삼천리·다우데이타·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세방)은 당시 폭락한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폭락 직전인 4월 21일과 전날 종가를 비교한 결과 주가가 평균적으로 71%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종목별로 보면 대성홀딩스 -89%, 서울가스 -86%, 선광 -83%, 삼천리 -79%, 세방 -73%, 다우데이타 -70%, 하림지주 -54%, 다올투자증권 -34% 등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3.5%, 7.7%씩 올랐는데, 해당 종목들에선 상승장에 따른 주가 반등이 이뤄지지 못했다.

다올투자증권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슈퍼개미 김기수씨의 대규모 주식 매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폭락 직후 경영권 분쟁 조짐이 포착되며 매수세 유입으로 이어졌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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