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느리지만 가장 정확한 투수", 형님이라고 불리는 그가 온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정확히 1년 2개월이 걸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2일 오전 8시7분(이하 한국시각) 홈구장 로저스센터에서 열리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한다. 지난해 6월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426일 만에 오르는 빅리그 마운드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19일 LA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집도로 왼쪽 팔꿈치에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재활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복귀 시점도 목표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건강한 몸, 이상적인 체형으로 실전에 나선다는 게 기대감을 높인다. 재활 훈련을 하면서 13㎏을 감량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들은 '환상적인 체형(fantastic shape)'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류현진의 복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4차례 등판을 했다. 18이닝을 던져 13안타와 1볼넷을 내주고 삼진 16개를 잡아내며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다. 제구는 예전 그대로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과 선수들은 '빈티지 류(Vintage Ryu)'가 돌아온다며 잔뜩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알렉 마노아는 최근 MLB.com 인터뷰에서 "형님(big brother)이 저녁을 사주면서 많은 것들을 알려줬다"며 "그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겪었다. 플로리다에 같이 있을 때 훈련을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서로 도움을 줬던 게 참 좋았다"고 했다.
케빈 가우스먼도 "그는 좋은 사람이다. 재밌고, 동료들과 늘 농담을 나눈다. 영어를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안다. 한국식 바베큐에 초대도 하고, 한국 문화를 자랑하고 싶어한다"며 류현진의 컴백을 반겼다.
제구와 볼배합 못지 않게 공의 스피드, 즉 구속도 복귀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지난달 22일 마지막 재활 등판인 트리플A 경기에서 6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질 때 직구 구속은 최고 90.8마일, 평균 88.4마일을 나타냈다. 수술 전 평균 구속은 89.3마일이었다.
류현진은 지난달 25일 빅리그 선수단에 합류한 뒤 슈나이더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두 차례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정확한 구속은 나오지 않았지만, 90마일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면 스태프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MLB.com은 지난달 29일 류현진의 복귀 소식을 전하며 '재활 등판 동안 구속은 88~89마일에서 형성됐다.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시점에서 주의깊게 봐야 할 중요한 숫자(key number)'라며 '평소 그는 90~91마일이 나올 때 효과적인 투구를 한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2019년 직구 평균 구속이 90.7마일이었고, 토론토 이적 첫 시즌인 2020년에는 89.8마일이었다. 90마일 이상 직구가 절반 이상은 나와야 다채로운 볼배합과 제구가 빛난다는 얘기다. 아무리 제구가 뛰어나도 일정 수준의 스피드가 뒷받침돼야 변화구 위력도 배가된다.
주목할 것은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투수들 중 일부는 시점의 차이는 있으나, 이전보다 구속이 빨라진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사례가 바로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와 뉴욕 메츠 저스틴 벌랜더다.
오타니는 2018년 10월 이 수술을 받고 투수로는 2020년 7월 27일 복귀전을 치렀다. 그해 2경기에 등판한 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93.8마일로 수술 이전 96.7마일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21년 95.6마일로 빨라지더니 작년에는 97.3마일을 찍어 최고치를 찍었다. 올시즌에도 96.9마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벌랜더는 2020년 10월 초 수술을 받았다. 그는 1년 6개월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4월 10일 복귀했다. 직구 구속이 수술 직전 94.9마일에서 95.0마일로 소폭 증가했다. 벌랜더는 지난해 평균자책점 1.75를 찍으며 생에 세 번째 사이영상을 받았다.
류현진도 복귀전에서 평균 89마일 정도의 구속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를 치를수록 더 높아질 가능성은 있겠으나, 당장 만족스러운 구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류현진의 합류로 토론토는 6인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선발투수 6명 중 구속은 류현진이 가장 느리다. 케빈 가우스먼(95.8마일), 알렉 마노아(92.8마일), 호세 베리오스(94.1마일), 크리스 배싯(92.6마일), 기쿠치 유세이(95.2마일) 모두 90마일대 초중반을 마크 중이다.
그러나 경험에서 나오는 경기운영, 완급조절, 제구는 전성기 류현진을 따를 투수는 없다. 그게 '빈티지 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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