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이틀 만에 또 드론 피습···러는 ‘젤렌스키 고향’에 미사일 공습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가 1일(현지시간) 또 다시 드론 공격을 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모스크바를 겨냥한 드론 공습을 사실상 시인하며 러시아 본토에 대한 추가 공격을 경고한 지 이틀 만이다. 러시아군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고 후 그의 고향 마을 등에 보복성 미사일 공습을 단행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 “드론 몇 대가 모스크바로 비행하던 도중 방공망에 격추됐다”면서 이 가운데 1대는 지난달 30일 공격을 받았던 경제지구 ‘모스크바 시티’의 고층 건물까지 접근해 건물 21층 전면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으로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은 이틀 만에 다시 일시 폐쇄됐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파악되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군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곳곳에 보복성 공습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크리비리흐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어린이 1명을 포함해 6명이 숨지고 69명이 다쳤다.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 2기는 각각 9층짜리 아파트와 4층 높이의 대학 건물에 맞았다. 인구 60만명의 크리비리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으로 지금도 그의 부모가 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사일로 파손된 건물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텔레그램에 공개하며 “이 테러는 우리를 두렵게 하거나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도 로켓포 공격을 가해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튿날인 1일 새벽에는 동북부 하르키우에 드론 공습을 단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시사하자 러시아도 보란듯이 공격의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스크바가 드론 공격을 받은 지난달 30일 야간 연설을 통해 “전쟁은 점차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사기지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지만, 최근 몇달 새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드론 공격은 부쩍 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7월 사이 러시아 본토에 날아든 자폭 드론 숫자가 지난 한해 전체의 2배 수준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5월 러시아 권력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크렘린궁 상공에서 드론 2대가 폭발한 사건 이후 모스크바에서만 총 7차례 드론 공격이 단행됐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모스크바가 드론 공습을 받은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CNN에 출연해 “미국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거나 이를 가능하도록 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수도에 날아온 드론을 대부분 격추했다고 주장해온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대반격 실패’에 따른 “절망적 행동”이라고 깎아내렸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이른바 ‘반격’이 실패하자 (러시아 내)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테러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 시설에 대한 우리의 공격 강도가 상당히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모스크바를 겨냥한 드론 공습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절망적인 행동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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