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숨기고 보고서 허위작성까지'…사모운용 불법사례 적발
사모운용사 124곳 늘어…퇴출 운용사는 4곳
감독 강화·원스트라이크아웃제 도입 추진
올해 말 운영 종료를 앞둔 금융감독원 사모운용사특별검사단 태스크포스(TF)가 중간 검사 결과를 내놨다. 그에 따르면 사업장의 부실을 꽁꽁 숨기고 투자자를 기망한 사례부터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대주주가 펀드자금을 유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해 엄중한 제재를 경고하는 동시에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부실 숨기고 투자자 기망...160% 대출 중개 겸영위반
1일 금감원 사모운용사특별검사단TF는 전수검사 과정에서 적발된 대표적인 지적사례 4건을 공개했다. 사모펀드 사태가 불거진 2020년 출범한 검사단은 올해 말 운영을 종료한다.
지적된 4건을 살펴보면 우선 정보비대칭을 이용해 투자자를 기망한 사례다. A운용사는 '가'호 대체펀드 사업장이 시공사의 부실로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 시공사는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산운용보고서를 허위기재했다. 허위 기재된 보고서를 본 투자자들은 '가'호 펀드가 정상 운용되고 있다고 오인해 추가로 권유받은 '나'호, '다'호 펀드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A운용사는 일부 기관투자자의 요청으로 실시한 현장실사에서도부실사업장과 무관한 정상사업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SPC 등 도관체를 이용해 대주주 필요에 따라 펀드자금을 유용한 사례도 있었다. B운용사는 대주주인 가족법인이 자금난에 처하자 도관체를 통해 특수관계자 등에게 펀드 자금을 송금했다. 이해관계인과의 거래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펀드자금으로 인수한 후 특수관계인 등에게 자금을 보내는 방법을 취했다.
또한 운용 중인 특별자산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특별자산 펀드 간 자금 돌려막기를 통해 부실을 숨겼다.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거짓기재된 문서를 이용해 '갑' 재단을 기망해 200억원을 유치했다. '갑' 재단으로부터 유치한 자금 일부를 기존 특별자산 펀드가 편입한 부실 사모사채 상환에 충당함에 따라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불러오기도 했다.
최소한의 등록유지요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라이선스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손실을 숨긴 곳도 있었다. C운용사는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최저자기자본에 미달하고 투자운용인력 최소인원 유지요건, 준법감시인 미선임등법상 최소한의 등록유지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C운용사는 200억원 규모의 해외주식이 상장폐지되며 6개 펀드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으나 자산운용보고서에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후 현장검사 시 회사 문을 닫고 고의로 연락에 불응하는 등 검사업무 수행을 방해했다.
마지막으로 20%의 법정 최고이자율 제한을 위반한 사례도 있다. D운용사는 부동산 개발회사에게 최고 이자율을 초과해 최고 166.7%에 달하는 고리 대출을 중개한 후 수수료를 가져갔다. 또 자본시장법 시행령 상 대출중개업의 업무범위로 허용되지 않은 일반법인·개인간 대출을 47건, 2572억원 중개하기도 했다. 이는 겸영업무 위반에 해당한다.
이들은 현재 당국 제재조치가 진행 중인 사건이다.
사모운용사 3년새 124곳 늘었지만 퇴출은 4건뿐
검사단TF는 2020년 말 등록된 사모운용사 숫자를 기준으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새로 생겨난 운용사 역시 모니터링 대상이다. 사모운용사는 6월 말 기준 376개로 2020년 말 252개에서 124곳이 증가했다.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기관투자자 지위로 공모주 우선배정을 받기 위한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검사단은 최종 검사 결과를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사모운용사 신설은 늘었지만 중대한 불법행위에 연루되거나 부실 누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는데도 퇴출된 운용사는 4개사에 불과하다.
5월 말 기준 9사가 최저 자기자본유지요인 등록업무 단위별 최저자기자본 70%를 채우지 못했다. 1사는 6개월의 유예기간도 경과해 최저자기자본 유지의무위반 등에 따른 제재조치가 진행 중이다. 2사는 업무보고서를 내지 않아 최저자기자본 유지요건 충족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음에도 적시에 시장에서 퇴출되지 못하고 있다. 펀드 이관 등 투자자 보호절차 등이 남은 탓이다.
펀드 운용 외에 겸영 부수업무 비중이 높은 곳도 다수다. 1분기 기준 사모운용사 영업수익중자문·일임·대출중개 등 기타수익이 39.2%를 차지했다. 61사는 기타수익이 전체 수수료 수익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일부 운용사에선 대출중개·주선 과정에서 법정 최고 이자율 제한을 위반한 사례도 적발됐다.
중대위반은 한번에 퇴출…원스트라이크아웃제 추진
금감원은 사모운용사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에 대해 지속적인 심층검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라이선스 취지에 부합하지 않거나 위법행위를 저지른 운용사와 임직원에 대한 제재절차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조직적인 고객 이익 훼손행위, 횡령 등 펀드 재산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법규위반은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추진한다. 또 부정·불법 행위, 유동성 관리 실패 등에 따른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내부통제 및 이해상충 방지체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검사단TF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는 일반 금융회사와 비교해 업력, 규모의 범위가 다양한 편이므로 이에 대한 검토와 제재 양정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중 제재양정기준을 보면 즉시 퇴출될만한 사례가 나와 있지 않아 그 기준을 손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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