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병대 이전과 이후 '김명수'

황소영 기자 2023. 8. 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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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루크미디어 제공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 31)가 전역 후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복귀작이었던 MBC 금토극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이하 '넘버스')을 마친 후 인피니트 완전체 활동까지 이어가며 파이팅 넘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극 중 김명수는 회계법인의 부조리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는 고졸 출신 회계사 장호우 역을 소화했다. 하나의 극 안에서 복수, 공조, 로맨스 등을 폭넓게 소화하는 스펙트럼에 절로 몰입을 부르는 훈훈한 비주얼 그리고 작품을 대하는 뜨거운 진정성까지 김명수의 진가를 입증했다.

-종영 소감은.

"군 전역 후 첫 작품이었다. 감회가 많이 새로웠다. 전작인 '암행어사' 끝나고 2년만 복귀작이라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회계사 장호우란 역할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오랜만에 일하니 즐거움과 설렘이 컸다. 만감이 교차해서 작품이 끝나니 아쉽다."
-이 작품에 끌렸던 이유는.
"국내 최초로 회계사라는 직업을 제대로 다룬 작품이었다. 그리고 장호우란 캐릭터를 봤을 때 성장하는 모습이 좋게 다가왔다. 또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방식이 즐거웠다. 극 중 인물 간 사건이 얽힘과 밝혀지는 비밀들이 흥미로웠고 그 과정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은.

"용어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여의도 회계법인에 가서 참관도 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지고 그랬는데, 회계 용어 자체가 대본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뜻을 이해해야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배우란 직업을 하면서 똑똑해지는 게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호우가 계획적으로 입사해서 마인드맵을 펼치며 복수 계획을 세우는데 그런 성향 자체가 비슷한 것 같다. 평소에도 난 계획적이다. 호우의 MBTI가 ISTJ라고 하더라. 그래서 비슷한 면모가 있지 않았나 싶다. 예전엔 MBTI를 믿지 않았는데 요즘은 활동하며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다. 내가 제일 많이 얘기하고 다니는 것 같다."

-장호우에 공감한 부분은.

"1회부터 자신을 키워주던 장사장이란 키워드가 핵심이지 않았나. 핵심인물이 갑자기 죽임을 당하고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상상하게 되니 공감이 많이 됐다. 특히 3회에 서류를 사전에 두 개 준비하는 부분이나 은행 업무를 처리하며 본인의 성취를 얻는 장면들을 보며 도파민을 느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작품을 하면 그 캐릭터가 되어 연기하지 않나. 모든 부분이 공감되고 이입이 된다. 상황에 맞춰 배우들과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캐릭터를 그렇게 하다 보면 정이 많이 가고 이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 아쉽기도 하다. 출연한 배우로서 시즌2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동 시간대 5파전이란 표현까지 있었다.

"제일 두려웠던 경쟁작은 없었다. 나의 복귀작이라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였던 것 같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모든 게 잘 나올 수 없고 열심히 준비했고, 국내 최초 회계사를 제대로 다룬 작품에 도전하는 거니까 후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시청자들도 재밌다는 평이 있어 만족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반응이 있다면.

"호우가 뭔가 했을 때 '이래야 장호우지' 그랬던 반응이 제일 좋았다. 대본에서 보고 내가 느꼈던 지점들을 시청자들이 보고 똑같이 생각해 주는 게 좋았다."

-복귀작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연기적으로 성장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전에 장르물 자체를 많이 하지 않았다. 전작에서 사극이나 판타지 로맨스를 했다 보니 제대로 된 전문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김명수가 전문직도 할 수 있구나!', '다양한 폭의 연기를 할 수 있구나!'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욕심이 많아 다 해보고 싶다. 내가 잘 소화할 수 있는 대본과 역할이라면 어떤 역할이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비슷한 역할이더라도 예전과 지금은 다르니까 다른 결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명수, 루크미디어 제공
-같은 작품에 인피니트 동료 이성열이 함께 했다.

"같은 멤버가 한 작품에 출연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적으로 심리적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연기적으로 겹치는 게 많지 않았지만 대기실에서 만나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선배 최민수와의 호흡은.

"선배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고 연기했을 때 위치가 회계법인 부대표와 어쏘 역할이다 보니 확실히 압도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이다.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처음 만날 때는 긴장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너무 편하게 대해줘 자신감 얻고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많이 귀여워해줬다. 장면마다 선배님과 의논을 나누며 조언을 많이 얻었다. 그것조차도 감사했다. 다음에 장르물을 한다면 이번 경험치를 기반으로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진혁과의 브로맨스 케미스트리가 '찐'으로 느껴지더라.
"진혁이 형은 댕댕미가 느껴진다. 처음 볼 때는 목소리도 저음이라 차가운 도시 남자인 줄 알았다. 처음에 형이랑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포용하는 능력치가 굉장하다. 민수 선배님이 없으면 그 역할을 맡아서 해주고 그랬다. 정말 좋은 형이라고 생각한다."
-'넘버스'가 남긴 것은.

"다른 장르물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게 해 준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토대로 앞으로 어떤 것들을 하더라도 '넘버스'만큼 준비를 잘하면 다른 작품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군대에 있을 때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었나.

"군대에 있는 시간이니까 현실에 집중하고자 했다. 입대 전날까지 일을 했다. 거의 전역 때까지 유튜브 콘텐트가 나올 정도로 많이 찍고 갔다. 갈망을 느낄 때쯤엔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 회사와 휴가 때 향후 계획에 대해 얘기도 많이 나눴던 터라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군대 안에서 명령이니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거기 있으면서 문화를 개선하고 하고 싶어서 한 것들이 있다. 연기를 못하니까 대체해야지 그런 것보다 당장 군대 내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집중했다. 연기는 제대한 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 않나 생각해서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김명수, 루크미디어 제공
-해병대를 택한 이유가 있나.

"어차피 가야 하는 군대고 그럴 바에야 멋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 인생에 한 번 하는 경험 아닌가. 좋은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근데 나이 차가 좀 있지 않나. 전역 바로 전엔 띠동갑 후임이 들어올 정도로 나이 차가 있어 초반엔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근데 내가 여기서 포기하거나 뒤쳐지면 같이 하는 입장에서 모범이 되지 못하겠다고 생각해 좀 더 부여잡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직업 특성상 보이는 직업이고 어디든 내 얘기가 오를 내릴 수 있으니 신경 써서 할 수밖에 없었다. 동기들과 아직도 연락하며 지낸다. 다음 달에 만나 술을 마시기로 했다."

-군대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사회생활을 하면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나. 군대란 조직 자체는 다양한 성격과 스타일의 사람들이 모인다. 사람 대하는 법을 익히고 인내심도 배우고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다. 20대 초반인 친구들이 많아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4세대 그룹들 이름을 잘 몰랐는데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프로미스나인 등을 알게 됐다."

-인피니트 활동하면 이제 4세대, 5세대 그룹들과 만나겠다.

"시조새란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다. 13년 차가 됐다. 연차가 많이 차이 나는 후배들이 있으면 오히려 우리가 더 부담스럽다. 대기실에 들어가서 안 나올 예정이다. 밖에 나가면 인사만 할 것 같아 피해 다니려고 한다."

-여전히 파이팅이 넘치는 것 같다.
"본 성향이 그런 것 같다. 사실 이런 사람 아니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고 그런 사람인데 대외적인 성격이 생기지 않나.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 자신이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모습이 싫다. 내가 가진 생각을 표출하는 자리에서 자신감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데뷔하기 전후로 이러한 성격이 자리를 잡고 고착화가 된 것 같다."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은.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지만 모든 파트를 나중에 나이 들어 봤을 때 잘 끝내고 싶다. 후회 없이 열심히 사는 게 나의 모토다. 20대 때는 인피니트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고 조금씩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20대였을 때도 체력의 한계를 느꼈는데 일하면서 쉬는 것들을 추구했다. 워커홀릭이다. 아니면 집에서 하루 이틀 틀어박혀서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몰아보며 쉬었다. 요즘은 집에서 좀 더 쉬어야 하지 않나 싶다."

-본인만의 '열심히' 기준은.

"몰입, 그 일을 할 때 뭐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상황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느냐 그게 포인트다. 내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 그게 열심히의 기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너지를 그렇게 쏟으면 집에 와서 오늘 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며 기절한다."

-인피니트가 5년 만에 재회했다. 이전과 이후 다른 점이 있나.

"솔직히 나이가 들었다 빼곤 모르겠다. 오늘도 연습했고 내일도 콘서트 연습을 해야 한다. 멤버들이 정말 한결같아서 좋다. 그 시절의 나로 만들어주는 느낌이 좋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그렇지 않나. 인피니트라는 그룹을 해서 구성원으로 있으면 지금의 김명수의 모습이 아니라 구성원 엘로 돌아간다. 추억도 많고 향수도 많이 일으킨다. 그리워했다는 느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김명수와 엘 어떤 차이가 있나.

"요즘엔 동기화가 많이 됐다고 생각하는데 가수 하는 엘은 좀 더 풍기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가수로서의 에너지와 분위기 말이다. 둘 다 나지만 내면의 옷장에서 다른 옷을 꺼내 입는다고 생각한다."

-인피니트의 우애 비결은.

"인피니트컴퍼니란 회사를 이번에 설립했다. 각 멤버의 소속사가 달라 인피니트를 담당하는 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일하고 있다. 군백기가 있는 한 완전체 활동은 어려웠는데 이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5년 치를 몰아서 나오는 것처럼 제대로 준비를 해서 나오니 팬들이 놀라더라. 근데 우린 항상 기다린 팬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 늘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30대를 어떻게 채우고 싶나.

"내년 말까지 어느 정도 틀은 잡혀 있다. 차기작 차차기작 의논하고 있고 인피니트 활동도 그렇고. 지금 당장 말해도 이뤄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가수와 배우 활동을 30대에도 놓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잘 해내고 싶다. 스스로 뿌듯한 결과물을 남기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루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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