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볼 엄두 안나”… 손님 끊긴 전통시장

최준영 기자 2023. 8. 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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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 사지도 않았는데 10만 원이 훌쩍 넘네요.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요. 시장을 자주 안 가고 반찬 수를 줄이거나 후식으로 먹던 과일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영천시장에서 만난 하모(여·62) 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통시장인데도, 최근 물가가 2배 이상으로 오른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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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물가 직격탄 맞은 시장
폭염 겹치며 방문객 줄어들고
그나마도 가격 보고 발길 돌려
목욕탕 등 비수기 업종 폐업위기
여름 휴가철 폭우와 폭염, 고물가 등 복합악재로 전통시장·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이 손님이 거의 없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지웅 기자

“몇 개 사지도 않았는데 10만 원이 훌쩍 넘네요.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요. 시장을 자주 안 가고 반찬 수를 줄이거나 후식으로 먹던 과일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영천시장에서 만난 하모(여·62) 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통시장인데도, 최근 물가가 2배 이상으로 오른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40대 주부 김모 씨는 “매년 여름철 계곡에 놀러 가는데 외식 가격을 조사해 보니, 코로나19 이전 5만 원에 판매됐던 닭백숙 메뉴가 최근 8만 원까지 올랐더라”며 “앞으로는 미리 음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경기 불황 속에 고물가와 공공요금 인상 등의 악재로 전통시장, 외식업체, 대중시설을 찾는 발길이 끊기고 있다. 가계 소득은 답보하거나 뒷걸음질 치는 사이 물가 부담이 심화하며 소비침체가 이어지자 자영업자, 소상공인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하소연한다.

이날 영천시장은 손님들이 거의 없이 한산했다. 시장을 둘러보던 몇몇 손님도 상품 가격만 확인하고는 금세 발길을 돌렸다. 한낮 온도가 35도에 이르는 무더위였지만 냉방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상인들이 적지 않았다. 과일가게 상인 이모(여·55) 씨는 “날씨 여파로 최근엔 좋은 상품을 구하기가 힘들다”며 “정작 비싸게 들여와도 팔고 나면 얼마 남지 않아 장사할수록 적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정모(58) 씨는 “평소 4㎏에 2만 원가량 하던 상추 가격이 최근 16만 원으로 8배나 올랐다”며 “단골손님들을 고려해 아직은 견디고 있지만 일부 식당은 상추 가격을 3000원 정도 따로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까지 얽힌 횟집들도 손님들이 절반 이상 급감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전기요금, 가스비, 수도요금 등도 모두 올라 이용객이나 업주 모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소규모 목욕탕을 운영하는 박모(여·55) 씨는 “올해 들어 목욕탕 이용요금을 1000원 올려 8000원을 받고 있지만, 가스비·수도요금 등 나가는 돈만 많아져 영업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회의감마저 든다”고 했다. 박 씨는 “최근 휴무일을 하루 늘려 이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강제로 휴가를 가는데, 성수기인 겨울까지 영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을 못 하겠다”고 푸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오랜 기간 운영돼온 한 대중목욕탕은 문을 굳게 닫았고 공사 자재 등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2018년 약 7000곳이던 대중목욕탕 수가 운영 부담 때문에 올해엔 5800∼5900곳 정도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최준영·박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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