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다[뉴스와 시각]

정세영 기자 2023. 8. 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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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SSG만의 문제일까요? 아닐 겁니다." 프로야구 SSG(신세계 야구단) 2군에서 선수단 얼차려 및 폭력 실태가 지난달 11일 문화일보의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후 한 구단 프로야구 관계자가 한 말이다.

SSG는 폭력을 행사한 투수 이원준을 전격 퇴출했다.

한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한 일탈로 '운동'을 뺏는 것이 가혹해 보이기도 하지만, 폭력이 근절될 수 있다면 SSG와 같은 과감한 결단은 필요하다.

폭력의 고리를 이젠 반드시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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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체육부 차장

“비단 SSG만의 문제일까요? 아닐 겁니다.” 프로야구 SSG(신세계 야구단) 2군에서 선수단 얼차려 및 폭력 실태가 지난달 11일 문화일보의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후 한 구단 프로야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례는 밝히지 않았지만, 타 구단에서도 선후배 간의 각종 얼차려와 폭력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지난 수년간 국내 프로스포츠 무대에선 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 처벌받거나 아예 퇴출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21년 4월 프로농구에선 회식하다 같은 팀 후배 4명을 폭행한 기승호가 영구 제명됐다. 또 지난해 5월엔 프로야구 NC에서 선후배 코치들끼리 주먹다짐을 벌였고, 폭력을 행사한 한규식 코치가 퇴출당했다. 수많은 대책이 나왔음에도 잊을 만하면 스포츠 폭력이 되풀이되는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

과거엔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을 때렸고, 선배가 후배를 괴롭히는 일이 빈번했다. 후배는 선배의 말에 절대복종해야 했으며, 얼차려와 폭력 행사는 ‘통과의례’로 여겨졌다. 물고 물리는 폭력의 대물림은 지속됐다. 그리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다시 피해자가 됐다. 요즘엔 군대에서도 폭행이 거의 사라졌는데, 유독 스포츠 무대에선 아직 ‘악습’이 남아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의 폭력은 적폐다. 신체와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악행이며, 스포츠 정신에 대한 모독이다. 무엇보다 스포츠계 폭력이 다른 일탈과 구분되는 점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내부 폭력은 은폐되기 일쑤다. 스포츠계가 학연과 지연 등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선후배 위계질서가 작동하는 상황에선 폭력의 은폐가 빈번해지기 쉽다. 여기에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같은 팀 스포츠의 경우 팀워크가 중시된다. 이런 단체 종목은 팀워크가 흐트러지면 성적이 잘 나지 않기에 폭력이 발생하면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 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요즘 현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고는 한다.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에 따라 누구나 사진이나 동영상 형태의 영상 정보를 SNS에 올려 전파할 수 있는 시대다. 누구나 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주장을 널리 알릴 수 있다. 여기에 스포츠계에선 폭행 가해자에게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폭력을 쓴 선수”라는 낙인이 찍히면 아마추어 및 프로 지도자의 길도 막혀버린다. 팬들도 폭력을 눈감아주지 않는다. 그만큼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엄격해졌다.

최근 인권 의식이 향상되며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피해자는 곳곳에 있다. 그래서 폭력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폭력의 대물림’을 반드시 끊어야만 또 다른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SSG는 폭력을 행사한 투수 이원준을 전격 퇴출했다. 구단이 애지중지했던 유망주였지만, 폭력에는 용서가 없다는 단호함을 보였다. 한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한 일탈로 ‘운동’을 뺏는 것이 가혹해 보이기도 하지만, 폭력이 근절될 수 있다면 SSG와 같은 과감한 결단은 필요하다. 폭력의 고리를 이젠 반드시 끊어야 한다. 폭력은 늘 있는 일이라는 잘못된 사고가 더는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정세영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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