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딸로 산 경험...고객 공감폭 넓은 이유”

SM C&C 광고사업부문장 윤성아
31년 경력 첫 여성 디렉터 출신
실험적 아이디어 ‘0그룹’ 만들어

서울 성동구 SM C&C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윤성아 SM C&C 광고사업부문장임세준 기자

“광고 제작 경력만 31년이예요.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었죠. 제작의 핵심인 크리에이티브(창의적) 역량을 광고사업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SM C&C(카카오-SM 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는 지난 6월 1일 광고사업부문을 이끌어 갈 새로운 수장으로 윤성아(52) 부문장을 선임했다. 창립 이후 최초의 여성 광고사업부문장이자, 첫 여성 제작 디렉터 출신 부문장이다. 앞서 HS애드 대표 자리에도 박애리 부사장이 선임되는 등 최근 광고계 ‘여풍(女風)’이 불고 있는 가운데, 윤 부문장 역시 이 같은 트렌드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윤 부문장은 지난 6월 광고사업유닛장으로 선임됐다. 이전에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장, 총괄센터장 등을 거쳤다. 최근 흥행했던 드라마 ‘대행사’에서 배우 이보영이 맡았던 역할이 총괄센터장이다. 글로벌 광고대행사 ‘웰콤퍼블리시스월드와이드’와 TBWA코리아를 거쳐 2009년 SM C&C의 전신인 SK마케팅앤컴퍼니에 자리잡았다.

윤 부문장은 “드물게도, 제작 출신이 광고 회사의 조직장이 된 건 ‘창의적’ 경쟁력을 광고사업 전 영역에서 키워나가라는 의미”라며 “창의성은 비단 제작에만 통용되는 용어가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경쟁 PT(프리젠테이션)에서 주요 대행사들의 역량은 거의 비슷하다”며 “때문에 기획과 전략 단계부터 ‘어떻게 하면 고객사에게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갈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부문장은 취임 후 조직 내 실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그룹을 만들었다. 젊은 그룹장과 신인 CD(콘텐츠 디렉터) 등 총 19명으로 이뤄진 ‘0그룹’이다. 젊음의 ‘Young(영)’과 숫자 제로(0) 베이스 등을 모두 의미한다.

창립 후 첫 여성 광고사업부문장으로서 윤 부문장은 여성 크리에이터로서 강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 명의 여성으로서 혹은 아내로, 딸로 다양한 관점에서 제품·서비스의 고객으로 살아본 경험들이 여성이 더 많은 것 같다”며 “고객으로서의 공감의 폭과 아이디어 스펙트럼이 훨씬 커 ‘이 브랜드를 왜 써야할까’ 라는 고민을 할 때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SM C&C는 매출액 기준 국내 톱5에 드는 광고대행사다. 웹툰, 음악, 셀럽 등 계열사들이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 소스들을 활용해 전통 매체 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포함한 디지털 특화 콘텐츠 제작에도 강점이 있다.

바야흐로 ‘모든 것이 매체’인 시대에서, 윤 부문장의 중장기 목표는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허브’로의 도약이다.

그는 “대행사가 모든 채널 미디어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라며 “틱톡커, 인플루언서, 유명 유튜버 등 각 채널에서 그 미디어를 가장 잘 갖고 놀 수 있는 분들과 협업하는 진정한 ‘엔터테이닝 콘텐츠 컴퍼니’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부상하면서, 광고 제작과 같은 창작 영역을 AI가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윤 부문장은 “창의성과 직관은 얼마나 많은 경험과 인사이트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다행히 AI는 아직 그런 경험이나 감정이 부족한 것 같다”며 “결국 AI도 하나의 훌륭한 도구며, 창의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