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입법공백...‘수사기관 통신조회’ 근거도 사라질판
과방위 파행속 논의 1차례 그쳐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근거조항’이 내년 법적 효력을 잃을 예정이지만, 국회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로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조회가 법적 공백 사태에 놓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정치권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공직선거법 조항을 제때 손보는 데 실패했는데, 정쟁에만 매몰돼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수사기관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자료 제공을 다룬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의 3항은 내년 1월1일자로 법적 효력이 사라진다. 지난해 7월 헌재가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 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헌재는 이동통신사가 정보·수사기관에 가입자의 이름·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제공하고도 사후 통지를 하지 않는 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헌법소원은 2016년 시민단체 문제제기로 시작됐는데, 2021년 공수처가 당시 야권 인사와 언론인 등의 통신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한 사건으로 논란이 됐다. 헌재는 올해 12월31일까지 국회에 개선 입법을 주문했다.
국회에는 관련 개정안이 20건 가까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논의는 작년 12월15일 단 한 차례에 그쳤다. 당시 정보통신방송법심사소위에서 사후 통지 주체와 비용을 놓고 각 부처와 민간사업자 간 이견을 빚자, 조승래 소위원장은 “좀 더 논의하는 것으로 하자”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올해 2월과 3월에도 소위가 열렸으나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과방위의 장기 파행 사태가 빚어졌다. 방송법 개정안,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둘러싼 여야 갈등에 이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에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전선이 넓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방위 개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우주항공청 등 현안이 산적해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로 손 놓고 있을 경우 수사기관 통신조회 근거 역시 최근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과 마찬가지로 법적 공백에 놓이게 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통신조회를 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수사기관 내부 규칙으로 보완을 하더라도 통신조회의 정당성을 지적받을 수밖에 없고,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는 개정 대상 법률은 이 뿐만이 아니다. 국회 사무처 법제실에 따르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21대 국회의 개정 대상에 오른 법률은 총 42건으로, 개정시한이 지나 공백 상태인 법은 총 5건이다. 이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2010년 6월30일), 국민투표법(2015년 12월31일), 형법상 낙태죄(2020년 12월31일)는 수 년째 방치되고 있다. 보안관찰 대상자가 출소 후 거주지가 바뀔 때마다 7일 이내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한 보안관찰법 조항은 지난 7월1일자로, 선거운동 현수막·유인물 게시를 비롯한 공직선거법 조항 다수는 이날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재심 전에 내려진 초과 처벌에 대해 국가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 의료분쟁조정법 조항에서 손해배상금 대불 금액의 산정 방식이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헌법불합치 판결도 올해 말까지 개정대상이다.
형사보상법은 개정안이 1건 발의됐으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의료분쟁조정법은 개정안조차 발의돼 있지 않다. 김진 기자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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