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미국은 줄어 드는데 한국은 늘어나는 '이것'

권성희 기자 2023. 8. 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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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고용시장이 탄탄하게 뒷받침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견고하게 유지되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연착륙 경로를 따르고 있다.

미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2.4%로 1분기 때 2%보다 확대되며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2%를 넘어섰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난 18개월간 5.25%포인트 인상됐음에도 경제가 놀라운 탄력성을 보이는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때 가계 저축이 늘어났다는 점과 코로나 팬데믹 때 이뤄졌던 재정 부양책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다른 정부 지출로 대체됐다는 점 등이 꼽힌다.

그러나 잭슨홀 이코노믹스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해서웨이는 지난 7월17일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 경제가 탄력성을 보이는 근본 원인은 미국 가계의 부채비율 하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빚의 무서움을 경험한 미국 가계가 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미국 경제는 금리를 올려도 소비 지출이 타격을 덜 받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해서웨이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 101%에서 지난해 말 77%로 24%포인트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가계부채 비율의 하락이 지난해 3월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까지 초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빚을 못 갚아 집에서 쫓겨나고 뒤이은 경기 침체로 직장에서도 쫓겨나는 고통을 통해 빚의 무서움을 깨닫고 절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국 금융기관들도 신용 기준을 강화해 주택담보대출에서 '서브프라임'(비우량) 대출을 아예 없애고 변동금리 대출과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갚아나가는 주택담보대출을 줄여나갔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5년간 미국 가계의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은 2007년 말 가처분 소득의 13.2%에서 올 1분기 말에는 9.6%로 낮아졌다.

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미국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 말 61%였다.(심승규 한국은행 객원연구위원·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부교수, 2021년 8월 예금보험공사 '금융 리스크 리뷰' 기고문)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 7월17일 발표한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05%로 올라갔다. 15년 사이에 44%포인트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43개국 가운데 스위스(128.3%)와 호주(111.8%)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이 결과 한국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도 늘었다. 지난 7월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DSR은 지난해 13.6%로 2019년 12.2%에서 1.4%포인트가 늘었다. 이는 조사 대상 17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또 지난해 DSR은 17개국 가운데 호주(14.7%)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한국은 기업부채 비율도 미국보다 높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5월29일에 발표한 '세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기업 부채비율은 118.4%로 지난해 말 115.3%에서 상승하며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유로화 사용국은 단일 통계 ) 반면 미국은 78.3%로 지난해 말 80.1%에서 하락했다.

현재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경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민간 부채 비율은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각종 충격에 한국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 여력을 줄여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독이 된다.

민간 부채 증가, 특히 가계부채의 급속한 팽창을 그대로 놔두다간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거나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처럼 경제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쇠락할 수밖에 없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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