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털릴까" 중국 반도체 추가 규제 검토 나선 미국·EU

이명철 2023. 8. 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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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광범위한 수출 규제에도 중국 반도체 칩 생산량은 크게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칩 생산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공장과 경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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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중국 구세대 칩 생산 가속…억제 방안 논의”
반도체 시장 중국 의존도 커지면 경제 안보 위협 판단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광범위한 수출 규제에도 중국 반도체 칩 생산량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이 추가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 관료들은 중국이 구세대 반도체 생산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점점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의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7월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조치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과 기술 개발을 제한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디지털화로 반도체의 가치가 중요해졌으며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활용해 정보 수집 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특정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과 최첨단 실리콘용 칩 제조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일본은 지난달 23일부터 첨단 반도체의 제조 장비 23개 품목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중국은 수십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규제와 큰 연관이 없는 구세대(레거시) 칩을 대거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폰·전기차·군용하드웨어 등 모든 제품에 사용되는 구세대 칩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필수품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중국의 잠재 영향력이 새로운 두려움을 일으켰고, 아시아 국가에 대한 추가 규제 논의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도 지난주 한 토론회에서 “중국이 구세대 칩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칩이 과잉생산되고 있다”며 “이는 우리와 동맹국들이 함께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생산하는 구세대 칩은 통상 10년 전에 도입된 28nm(나노미터) 이상 장비로 만들어진 칩을 의미한다. 현재 가장 진보된 반도체는 3nm의 기술을 사용해 생산하는 제품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이 세계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값싼 반도체를 대량 공급해 경쟁자들을 몰아내게 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게 되고 결국 방위 장비 등에서 핵심 기술 부품 유출 같은 국가 안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버인스티튜트의 로버트 데일리, 매튜 터핀 연구원은 최근 낸 에세이를 통해 중국 기반 공급망에 미국과 파트너의 의존성이 생기면 미국의 전략적 자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바 있다. 휴대폰, 자동차 등에 들어갈 칩이 부족해 제품을 제때 판매하지 못한 기업들은 수천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미사일·레이더 같은 군사 장비에도 칩은 필수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칩 생산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공장과 경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칩 제조사 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은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음에도 작년 매출의 약 20%를 퀄컴을 비롯해 미국 기반 고객사로부터 얻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칩 제조 장비 공급업체인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전환, 사물인터넷(IoT), 통신 인프라 출시, 배터리 기술 등을 생각하면 중간 단계와 구세대 반도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라며 “바로 그 지점은 중국이 선도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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