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도경수의 피땀눈물로 완성한 서사
아이즈 ize 박현민(칼럼니스트)
"나는, 날로 먹었구나."
완성된 영화 '더 문'을 스크린으로 처음 본 날, 설경구는 도경수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이러한 마음을 털어놨다. 설경구 배우 스스로가 촬영에 허투루 임했다는 자조 섞인 고백이나 혹은 그저 단순히 후배인 도경수 배우를 치켜세우기 위한 포장용 발언 따위가 아니었다. 그날 함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쉬이 알 수 있었다. 도경수 배우가 혹독한 촬영을 소화한 무수한 장면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화면 곳곳에서 쉼 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촬영장의 생고생이 영화의 흥행 여부를 판가름하거나 배우 연기력의 척도로 작용하진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해당 배우가 '도경수'라면, 영화 '더 문'에 대한 흥미를 점화시키는 도화선의 용도로 충분했다. 영화 '더 문'은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영화의 영예를 안았던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외에, 당시 관심병사 '원동연'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도경수 배우가 280억 원이 투입된 대작 영화의 주연으로서 다시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로 예비 관객의 기대감을 상향시켰던 터다.
더욱이 우주를 소재로 한 SF는 K-무비에서 좀처럼 희귀한 장르인 탓에, 적당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예비 관객의 구미를 당긴다. 여기에 설경구와 김희애의 믿고 보는 조합은, 그야말로 '킹'과 '퀸'의 연기합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게 예견된 기대의 틈 사이를 예리하게 꿰뚫고 킹과 퀸을 당황시킨 '조커'처럼 도드라진 이가 바로 도경수다.
김용화 감독은 도경수를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는 반면, 굉장히 강렬한 얼굴도 가지고 있다'고 서술했다. 그가 맡은 '황선우' 캐릭터를 통해 내면에 숨겨진 열정과 의지가 표출된다면 관객들이 신선한 느낌을 부여받을 것이라 부연했다. 김 감독의 이러한 바람은 '더 문' 속 황선우(도경수)를 통해 완연하게 실현된 분위기다. 그는 시작부터 끝을 향해 긴박하게 나아가면서, 다양한 면모를 선보인다. 고립된 상황에서 인간의 두려움과 외로움이 뒤섞여 도경수의 얼굴부터 전체로 섬세하게 번져나가는 순간은 흡인력과 더불어 강력한 몰입을 유발했다. 일부 앙상한 극의 서사는, 도경수로 확실히 메워졌다.
그러니깐 '더 문'의 중요한 축을 짊어지는 이는, 단연 도경수다. 큼직하고 무겁기까지 한 우주복을 걸치고, 와이어에 의지해 몸을 공중에서 휘적이며 유영하는 도경수의 모습이 담긴 메이킹 영상은, 그가 이번 작품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자동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연기도 잘하고 몸도 잘 쓸 수 있는 배우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라고 한 홍주희 미술 감독의 칭찬은, 도경수를 아주 정확히 휘감았다.
2012년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D.O.)로서 연예계 데뷔해 아이돌로서 다양한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심지어 팀 내 메인 보컬인) 그가 배우 도경수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 역사는, 당초 의도하지 않았던 귀한 수확물로 작용한 셈이다. 도경수는 작품과 작품을 빠르게 옮겨 다니며, 또는 아이돌과 배우의 포지션을 오가면서 어딘가에 딱히 얽매이지 않고 다채롭게 변화했다. 도경수의 무한한 스펙트럼은,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축복이었다. 그러니깐 '더 문'은 이렇게도 꾸준히 축적된 도경수의 가용 범위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백일의 낭군님', '진검승부', 그리고 영화 '카트', '형', '신과함께' 시리즈, '스윙키즈'에서 활약했던 도경수를 전혀 모르거나, 엑소엘(엑소 공식 팬클럽)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영화 '더 문'을 통해 도경수 배우를 만나고 알 게 됐으니, 앞서 10여 년간 풍성하게 쌓인 그의 긴 히스토리를 오래도록 만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도경수에 '입덕'하는 것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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