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짧은 분들" 후폭풍…민주당 '노인비하' 발언 줄소환

이슬기 2023. 8. 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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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60대 이상은 투표 안해도 돼"
설훈 "79세에 일을 하려고 하나"
유시민 "50대 접어들면 멍청해져"
문재인 "어르신들, 바꿀 의지가 없어"
윤호중 "일흔 넘어 새로운 것 배우기는 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사진=뉴스1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노인 비하'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과거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과거 노인 비하 발언들이 줄소환되고 있다. 노인과 관련한 설화가 민주당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혁신위 청년 좌담회에서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며 노인을 "미래가 짧은 분들"이라고 칭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의 순수한 아이디어를 소개한 것이라고 하지만, 김 위원장 역시 아들의 발언에 "합리적이다"고 평가하는 등 동조한 부분이 있어 논란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둘째 아들이 22살이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중학교 1~2학년일 때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자기(아들)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대비) '엄마 나이부터 여명까지'로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말은 합리적이다"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여명 비례투표'란 남은 기대수명에 따라 표를 행사한다는 것으로, 기대 수명이 80세라고 가정하면 여명이 60년인 20세 유권자는 여명이 20년인 60세 유권자에 비해 세 배에 해당하는 표를 행사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평등선거' 대 원칙에 위배되는 '여명 비례투표'를 언급하며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20년째 반복되는 민주당의 '노인 비하' 관련 설화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과거 민주당에서 나왔던 노인 비하 발언들이 재조명됐다. 

2004년 3월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했다 역풍을 맞았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같은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윤종승(79세)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게 "노익장이 무슨 뜻인 줄 아느냐. 79세면 은퇴해 쉴 나이인데 일을 하려고 하나"라고 말했다 국민적 공분을 샀다.

설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된 이후에도 "노인들이 일하시는 데 대해 백번 찬성하고 정년도 연장해야 한다. 그러나 적합한 일을 하셔야지 적합하지 않은 일을 하시게 되면 본인도 고통스럽고 주변도 고통스럽게 한다. 판단을 잘 하셔야 될 문제"라며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유시민 전 장관도 같은 해 11월 "50대에 접어들면 죽어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사람이 멍청해진다. 60대엔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유 전 장관 본인이 60세를 넘긴 이후 종종 회자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2011년 '부모님이 투표를 못 하게 여행을 보내드렸다'는 메시지에 "진짜 효자!"라는 답변을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르신들에게는)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해 5월에는 6·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윤호중 당시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송기윤(70) 증평군수후보를 향해 "일흔이 넘으셨으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시기는 좀 그렇지 않나. 하시던 일을 계속 쭉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與 윤재옥 "노인 존재 부정하는 민주당의 DNA 탓"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반복되는 민주당 인사들의 망언과 관련 "노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민주당의 DNA 탓"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노인 폄하 발언의 긴 역사를 가진 정당"이라며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혁신해야 할 것은 이처럼 갈등적 세계관으로 사회 바라보며 표 계산만 앞세워 극단적 국민 분할 지배전략으로 선거에 접근하는 민주당의 구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민주당의 반응이나 입장을 오늘 지켜볼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를 했으니 사과하든가 아니면 해명하든가 민주당의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입장에 따라 저희 당이 조치할 사안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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